자반증 진단으로 몇 년 간 식단 관리, 운동제한 등으로 고생하던 큰 아이는 현재 너무나도 건강하다. 조금 마르고 조금 작지만, 그래도 너무나 쑥쑥 콩나물처럼 잘 자라고 있다.
갑상선 암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해왔던 생각. 차라리 내가 아프게 해달라고 간절히 바라던 그 바람이 이루어 진 걸까. 우리 아들은 이제 건강하니까, 앞으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으라고 담보로 나의 갑상선을 내어 가는구나.
나의 신체 어느 부분이든 내어주고 너의 무탈함을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내어놓아야겠다만 그런 생각들도 나에게 위안이 될 수는 없었다.
세침 결과가 나오던 날, 회사에서 전화를받았다.
"다행이 검사결과가 악성은 아니신데, 3단계 결과가 나와서 한달 뒤 재검하셔야 해요"
3단계가 뭔가요.
갑상선 세침흡인검사는 결과가 6단계로 나뉘는데, 베데스다 시스템이라고 한다. 여기서 3단계는 '암은 아닌데 이상한 세포가 있어서 아직은 잘 모르겠음' 정도로 해석하면 된달까.
일단 전화주신 분의 말처럼 '다행이' 도 나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재검까지는 그냥 마음 편히 있기로 했다.
정확히 한 달 뒤, 재검 하는날.
선생님은 결절이 3단계이지만 모양이 좋지 않아 유전자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날은 마취주사, 세침주사, 유전자검사 주사 이렇게 주사 세 대를 맞았다. 목이 뒤로 제껴지는 목베게를 베고, 검체 채취를 위한 바늘을 맞이했다. 침도 꿀꺽 삼키지 못하고 그저 옷깃만 꽉 잡으며 참아낸 시간이 너무 길게만 느껴졌다.
유전자검사까지 양성이면... 정말 암일텐데.
그렇게 결과가 나오기 전 까지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다니.
마음이 답답하고 힘들때면 그저 무조건 걸었다.
가만히 있는 시간은 불안과 우울만 가득하니까 차라리 몸을 움직이자.
검사 결과가 나오기로 한 날. 오후까지 연락이 없기에 내심 안심이 되었다. 암이면 일찌감치 연락을 주지 않았을까 혼자 이것저것 핑계를 갖다대면서. 괜히 더 분주하게 일하고, 서류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퇴근임박 무렵 전화가 왔다.
"병원으로 직접 오셔서 원장님 설명 들으셔야 하는데 언제 오실 수 있나요?"
급하게 남은 시간 조퇴를 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세침검사 결과는 지난번과 같이 암 확률 15% 정도의 3단계가 나왔으나 같이 진행했던 유전자 검사에서 돌연변이가 확인되어 암이라고 말씀하셨다.
4mm 정도의 작은 크기이며 수술하고 나면 괜찮을거라고. 예후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설명해주셨다. 병원에서 서류를 준비해주며 연계된 대학병원에 초진날짜를 예약해 주셨다.
집으로 가는길, 집에서 전화가 왔다.
"나 암이래."
생각보다 덤덤하고,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고 멍하기만 했다. 수화기 밖으로 뭐라뭐라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냥 나중에 얘기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