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MM으로 좋은 세상

네가 진짜로 행복하길 바라

by Blueberry

"너 왜 요즘 연락이 잘 안 되냐?"

"나 몸이 좀 아파서..."

"그래도 앞으로 연락 좀 자주 하고 지내자. 섭섭하네."

"그래."

"끊는다! 또 연락할게!"

그 아이와의 마지막 통화였다. 초등학교 때 헤르만 헤세의 이름을 좋아했던 그 아이. 중학교 때까지 같이 수학학원에 다니다가 그 아이는 목표했던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나는 그 아이와 떨어졌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밝은 모습의 대학생 모습일 줄 알았던 그녀는 전 세계에 약 4만 명밖에 걸리지 않는 불치병에 걸린 환자가 되어있었다. GNE근육병이라는 병은 나와 그녀 사이에 커다란 장벽으로 만남을 방해했고, 나는 내가 성공했다고 느낀 이래 처음으로 신의 전지전능함에 무릎 꿇었다. 아, 나는 내 친구를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나와 그녀의 장애물: GNE근육병

설 연휴와 같이 긴 연휴기간이 시작되면, 나는 그녀가 어떻게 하루를 살아갈지 상상한다. 집에만 있을지, 밖을 나가기는 할지, 정신과 치료는 잘 받고 있는지 등등 쓸데없는 생각이 하늘 위로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매일 아침 씻을 때, 그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기도하지만, 들려오는 소식이 없으니 매일 같은 기도를 드릴 뿐이다. 도대체 GNE근육병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신은 왜 하필 그 친구에게 이 병을 허락하신 걸까?

DNA 모델

GNE근육병은 유전적인 원인으로 근육의 힘이 약해지는 희귀 근육질환이다. 이 병은 우리 몸에서 시알산(sialic acid)이라는 물질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GNE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시알산은 근육세포의 표면 구조를 유지하고 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돕는 물질인데, GNE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시알산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 근육세포가 손상되고 약해지게 된다.

증상은 보통 청소년기 후반이나 성인 초기에 시작되며, 발목의 힘이 약해져 자주 넘어지거나 달리기와 계단 오르기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종아리나 허벅지 근육이 점차 가늘어지고 걷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으며, 병의 진행 속도는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현재 이 질환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시알산 보충 치료나 유전자 치료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GNE근육병은 단백질 기능 이상과 대사 변화가 함께 작용하는 질환으로 이해되며,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CHARMM으로 좋은 세상

고등학교 1학년 정보 시간에 교재에 실린 작은 칼럼을 보았다. 이제는 동물실험이 필요 없는 시대가 온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같은 반에 수의학과를 꿈꾸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해당 주제를 매우 심도 깊게 읽어볼 수 있었다. CHARMM(참) 프로그램 개발자인 마틴 카플러스, 마이클 레빗, 아리 워셜은 2013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들은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을 결합하여 단백질 등 복잡한 생체분자의 반응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기법을 확립해 신약 개발 등 현대 화학 연구에 기여했다.

출처: 고등학교 정보 교과서 (씨마스-강신천)

CHARMM(Chemistry at HARvard Macromolecular Mechanics)은 단백질, 핵산, 지질 등 생체 분자의 구조와 동적인 움직임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고 분석하는 데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분자동역학 소프트웨어다. 이러한 기능들은 화학반응을 직접 실험하지 않고도 컴퓨터상에서 예측하고 연구할 수 있게 하여, 분자생물학 및 약학 연구에 혁명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한다.

GNE근육병 자체도 이런 계산 연구와 잘 맞는 질환이다. GNE근육병은 GNE 유전자의 이중기능 효소 이상과 관련된 희귀 근육병으로, 시알산(sialic acid) 생합성 경로의 장애가 핵심 기전으로 여겨진다. 최근 리뷰들도 GNE근육병의 분자병태생리를 이해하고 표적 치료를 찾는 데 분자 수준 접근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나는 CHARMM과 같은 프로그램이 발전하여 그녀의 병을 낫는 데 사용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나가 될 수 없는 우리

현대 의료는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정작 환자의 의료 데이터는 여전히 병원마다 흩어져 산재해 있는 경우가 많다. 한 사람이 여러 병원을 방문하면 진료기록, 검사결과, 영상자료, 처방 정보가 각각 다른 시스템에 저장되고, 환자는 자신의 건강 정보를 스스로 기억하거나 서류를 옮겨 다녀야 하는 상황을 겪는다. 이러한 단절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중복 검사, 치료 지연,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만성질환이나 희귀 질환 환자의 경우 장기간에 걸친 의료 기록의 흐름이 중요한데, 데이터가 통합되지 않으면 질병의 진행 양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의료 데이터는 개인의 치료를 넘어 연구와 사회 전체의 건강 수준 향상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만약 다양한 병원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안전하게 하나로 모이고 표준화된다면, 질병 예측 모델 개발이나 신약 연구,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의료 인공지능 역시 충분한 양의 통합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할 때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의료 데이터는 보안 문제, 제도적 장벽, 시스템 간 호환성 부족 등 여러 이유로 완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의료 데이터를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일은, 미래 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상상 속 의료 연구 센터

의료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기술 문제가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법적 책임, 병원 간 이해관계, 데이터 표준화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의료 데이터에는 병력, 유전정보, 정신건강 기록 등 매우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유출 시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각국은 강력한 규제를 통해 데이터 공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또한 병원마다 사용하는 전자의무기록 시스템과 데이터 저장 방식이 서로 달라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더라도 형식을 맞추고 해석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다. 여기에 더해 병원은 환자 데이터를 연구 경쟁력과 직결된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공유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통합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기 어렵다는 법적 문제도 존재한다. 따라서 의료 데이터 통합은 기술 개발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보안, 제도, 협력 구조, 표준화가 함께 마련되어야 가능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상상 속 불치병 연구센터

1조 원의 돈이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종종 이런 상상을 한다. 나는 불치병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싶다. 아픈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이다. 미국의 부호 록펠러는 'The Rockefeller University(록펠러 대학교)'를 만들어서 생명과학 및 생물의학 연구에 이바지하고 있다. 나도 그 정도의 돈이 있다면, 불치병 연구센터를 하나 지어서 모든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싶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에는 미션이 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With the Love of God, Free Humankind from Disease and Suffering.


나는 그런 숭고한 사명을 사모한다. 내가 의사가 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이 사회에서 열심히 살아가면서,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키다리 아저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교수님께서 데이터 베이스 구축 관련 아이디어를 달라고 하셨을 때, 나는 의료 데이터 베이스 구축을 말씀드렸다. 먼저 우리 대학교의 의료원과 협력하여 환자들의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마트 헬스 케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보면, 한 걸음 더 내 사명에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네가 진짜로 행복하길 바라

누군가의 행복을 바란다는 건, 내가 행복해지는 것만큼이나 힘겨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진심으로 행복해지길 바란다. 그녀가 더 많은 시간 웃고,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GNE 근육병을 치료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은 소리로 꾸준히 응원하면, 그녀에게 닿으려나?


그러나, 닿지 못하면 어떠하랴. 내가 이곳에서 하루하루 피, 땀 흘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때가 된다면, 나도 작은 발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다시 한번 더, 그 아이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