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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Feb 28. 2024

이상한 조합의 4명의 퀘벡 여행기

일주일 지났는데 이게 추억이 되어버렸네

나의 캐나다인 남자친구, 한국에서 온 나의 친언니, 한 번도 본 적 없는 나의 언니의 친구, 그리고 나까지. 이렇게 넷이서 퀘벡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 일주일이 넘었다. 그리고 우리 자매는 친구와 여행을 가본 경험이 없기에 친구와 함께 하는 여행이 얼마나 고된지 처음 알게 된 계기이자, 다시는 친구와 여행을 하지 않기로 다짐한 날이기도 하다. 언니와 나는 아주 좋은 여행 메이트였고, 우리는 둘만 여행을 함께 다녔다. 어릴 때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니지 않아 본 게 부끄럽고 창피했는데, 친구와 여행을 다니지 않은 게 지금 내가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글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백수가 된 지 5개월 차다. 언니 친구도 그걸 알고 있었고 우리 언니랑 나의 남자친구는 두말할 것 없이 알고 있던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13~15시간이 떨어진 토론토까지 온다고 하니 내가 해주고 싶은 게 많아졌다. 토론토 숙소도 내가 결제하고, 밥도 몇 끼 사주면 되겠거니 했던 게 실수였을까. 언니 친구는 그게 어쩌면 당연해진 거라고 생각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언니들이 놀러 온다고 해서 사실 내가 다 따라다닐 필요도, 가이드가 되어줄 필요도 없었지만, 나는 나의 친언니와의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서 자처한 건데, 시간이 지나니 그냥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더라.


여기에 내 남자친구까지 더해지니 더 이상해졌다. 아무래도 영어를 본인들이 하지 않아도 되고, 어려운 상황이 있거나 무언가 환불/취소를 해야 할 때도 다 내가 앞장 서서하게 됐다. 물론 나보다 더 앞장선 것은 남자친구이지만. 

하루는 나이아가라를 다녀오면서 모든 짐은 남자친구가 들고 돈은 내가 쓰고, 언니의 친구는 자기 기념품만 사고, 또 우리 언니는 무기력하게 그 모든 걸 지켜보기만 하는 이상한 상황이 펼쳐졌다. 그날 밤에 집으로 돌아와(남자친구와 둘만 있을 때)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쓰고. 아무리 관광객이라도 나와 남자친구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이게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길 바랐는데, 언니 친구는 돈을 많이 썼다고 구시렁, 우리 언니는 나와 언니 친구 사이에서 눈치를 보느라 말도 못 하고.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이런 마음으로 퀘벡까지 여행을 가게 됐으니. 사실 기대한 것 이상으로 좋았지만, 퀘벡 시티에서 몬트리올로 넘어가는 지점에는 이제 마음이 지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감기까지 걸리게 돼서 컨디션이 나날이 안 좋아졌고 '왜 겨울에 놀러 와서 이 고생을 시키나'하는 울컥한 마음까지 든 건 사실이다. 언니는 언니대로, 언니 친구는 언니 친구대로, 남자친구는 남자친구대로 본인들이 원하는 여행을 하지 못했던 이상한 여행기였다.


나는 3년 만에 만난 언니와 더 긴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서운하고, 언니도 계속 추운 날씨에 컨디션이 안 좋고, 언니 친구 또한 시차적응을 잘 못하고 일주일 안에 많은 걸 보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계속 움직이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그런 여행이었다.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는 나의 첫 번째 퀘벡, 그리고 우리 언니의 첫 번째 캐나다.


또 무엇보다 우리 언니가 온다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함께 여행까지 가준 남자친구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그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되었던 날들. 나의 감기는 다 나아가지만 그는 지금 감기에 걸려서 콜록대는 걸 보니 마음이 안 좋다. 

휴, 그래도 일주일 조금 넘었는데 이게 벌써 저번주엔 그랬는데~하고 말하는 추억이 되었다는 게 슬프다. 언니를 떠나보내기 전 혼자 서글프게 울었던 나를 언니는 알까 몰라. 아무튼 다음 여행은 커플 여행이 되거나, 언니와의 여행만 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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