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가 알려주는 새로운 모습
그가 정리해고를 당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 동안 어디서 감기를 옮아왔는지 나에게도 감기를 옮긴 그였지만, 또 다르게 알게 된 점이 있다면 그는 대단한 살림꾼이었다는 사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나이기에 집안 살림을 훨씬 많이 하고 있다고 느끼면서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던 요즘이었다. 하지만 그의 정리해고 덕분에(?) 그가 할 줄 몰라서, 하기 싫어서 집안일을 하지 않았더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나는 집에서 일도 하면서 집안일도 매번 해내야 하는 게 불공평하다고 느껴지던 찰나, 그는 단순히 피곤해서 거들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정리해고 되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 그는 나보다도 더 빨빨거리면서 집안의 온갖 물건을 세탁하고 닦고 바쁘다. 토론토에도 여름이 오면서 얇아지는 옷들에 옷장을 정리하기 바쁘고, 집에 모든 먼지를 쓸기 바쁘다. 내가 일한다고 쌓여있는 설거지를 하고, 집안 살림에 관심이 많아지고, 나보다도 더 더러운걸 못 참는 모습을 보고 내가 너무 그를 몰랐나 보다 싶다.
역시 사람도 여유가 있고 몸이 편해야 다른 일에도 관심이 생기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는 것 같다고 느꼈다. 나 역시도 몸이 힘들면 움직이기도 싫고 집안일이고 뭐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하물며 계속 사람을 만나야 하고 통근을 하며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그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제 이해하게 된다. 이래서 연애든 결혼이든 다 팀워크라고 하는 듯하다.
그의 집에 대한 관심 덕분에 원래도 많던 말이 더 많아졌지만, 그래도 집에 관심이 있다는 그런 마음이 나를 위로해 준다. 말이 많아져서 동시에 영어도 많이 들어야 해서 머리가 아플 때도 있지만, 이렇게 시간을 함께 보내고, 집안에 관심을 가지고 둘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아, 오늘도 많은 이야기를 듣느라 귀가 아프고 머리도 멍하지만 깔끔해지는 집을 보는 게 얼마나 좋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