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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May 15. 2024

남자친구도 정리해고를 당했다

캐나다, 당신은 도대체

지난 금요일, 남자친구의 휴무날에 낮잠을 잔다고 방에 들어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상대는 내가 알고 있는 남자친구의 매니저 J. 둘은 사적으로 통화하는 사이가 아닌데 휴무날에 통화를 할 정도의 일이라면 무언가 큰일이 난 것 같은 직감이 들었지만, 그게 정리해고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통화를 마치고 방에서 나온 남자친구의 말,


'매장이 문을 닫기로 했대'


그렇다, 그도 정리해고를 당했다. 나와 그가 약 2년 전 처음 만난 그 매장이, 내가 처음으로 나의 힘으로 구했던 나의 전 직장이 그렇게 또 사라졌다. 그 주 평일에는 널싱 위크라고 간호사들을 위한 한 주라면서 병원을 돌며 캠페인을 진행하고는 했는데, 갑자기 그렇게 정리해고가 되었다. 나에게 닥쳤던 일 중 가장 큰 사건이었던 것이 정리해고였기에, 그의 마음이 힘들지는 않을까, 막막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 중 하나이고, 어느 회사더라도 안전한 곳은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 일이기도 했으니까.


그는 생각보다 괜찮았지만 어안이 벙벙한 듯했다. 매장 정리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매우 빠르게 일어났고, 금요일에 정리해고 소식을 들은 후 일요일을 마지막 출근으로 그는 일자리를 잃었다. 그와 내가 만난 곳이기도 하고 내가 처음, 오로지 나의 힘으로만 구했던 일자리여서 그랬는지, 정리해고라는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남자친구의 정리해고 소식을 들어서인지 괜히 울컥하고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세상에는 안전한 것, 안정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 것은 덤이다.


10월, 나의 정리해고 그리고 그다음 해 5월 남자친구의 정리해고. 두 번의 정리해고를 겪으면서 힘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브랜딩이 되어있지 않은 사람들은 삶을 살아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면서 나도 나의 입지를 제대로 다지고 싶다는 소망이 생겨났다. 사회에서 써먹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지, 내가 정리해고를 당해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만들어내야지, 하는 다짐과 같은 마음도 함께. 친구들은 이직을 하네 마네 하는데 나는 정리해고를 당했다니, 인생에서 겪지 않아도 될 일을 이렇게 겪어내면서 또 다른 시각이 생겨나 기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할까? 옛날보다 살기 쉬워진 세상이라고 해도, 이 마켓에서 도태되지 않고 나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서는 안일해지기만 하면 안 되는 이 세상이, 나를 계속해서 채찍질하고 쉬면 안 될 것 같은 강박감을 주는 이 사회과 과연 살기 쉬워진 것만일까 하는 의문을 남긴다. 이 불안함과 불안정함도 젊은 나이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아가겠지만,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과연 젊은 나이의 특권을 누리고 싶을지는 미지수다. 나는 나의 자리를 찾아가고 싶다.


그래도 나보다 상황이 나았던 남자친구이기에 크게 낙심하지는 않았지만, 같이 일하던 팀들과 다시는 일하지 못한다는 마음이 조금 서운해 보인다. 미안하게도 그런 그를 보며 가장 먼저 드는 마음은, 너무 오래 쉬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이번주는 내가 많은 걸 눈 감아주고 넘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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