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 한국을 함께 갈까?
남자친구는 여행을 많이 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아무래도 지리적인 특성상 미국과 캐나다는 아시아, 유럽과는 떨어져 있기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태어나서 한 번도 나라 밖을 나가지 않고 죽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나와 함께 일하는 팀원 중 한 명은 태어나서 미국 밖을 한 번도 나가보지 않았다고 하고, 기껏해야 미국 국내 여행 정도를 해봤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남자친구나 다른 팀원에 비해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캐나다에 살아보니 한국 사람들이 여행을 얼마나 많이 다니는지 알았다. 아무래도 동남아시아도 가깝고, 일본도 가까우니 그러지 않을까 싶지만. 남자친구는 부모님이 필리핀 사람으로, 어릴 때 두어 번 필리핀을 가본 것 이외에는 한 번도 아시아에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는 늘 일본과 한국을 가보고 싶어 했고, 영주권이 나오면 한국에 갈 계획이 있는 나에게 늘 부럽다고 말했다 - 나는 그냥 내 집에 가는 것뿐이거늘...?
나도 남자친구에게 나의 나라를 보여주고 싶고, 나중에 혹시나 한국에서 함께 살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고는 한다. 얼마나 맛있는 음식이 많은지, 편리한 나라인지 보여주고 싶다.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옆에서 그 설레는 마음을 함께 하고 싶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첫 동아시아 여행을 내가 함께 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단순히 외국인의 눈으로 한국을 경험하는 것이 아닌, 한국인의 삶을 살아볼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국제 커플인 이상, 우리는 어디에 살지 매번 고민하고 다투는 날도 있겠지만, 나의 작은 소망이 있다면.. 짧더라도 나의 나라에서 함께 살아보는 것이다. 남자친구는 한국어를 하지 못하고, 한국 여름의 습한 날씨를 견디기 힘들어하고, 또 서울처럼 바글바글거리는 도시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캐나다에 사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조금 더 좋은 선택이 되겠지만, 나도 언젠가는 나의 부모, 나의 친구 옆에서 지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아마 그때는 한국인으로서 그를 도와줘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거기서 오는 갈등이 오겠지만, 지금은 그냥 막연히 나의 나라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내가 자란 동네, 내가 살아온 삶, 나의 뿌리 그리고 내가 먹고 자란 음식들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온 곳을 보여주는 마음은 또 어떤 마음일지.. 국제 연애를 하면서 또 다양하게 배우고 나누게 되는 이 삶이 참 재미있고 또 다채롭다.
그래서 한국에 언제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