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생각이 든다
남자친구도 정리해고를 당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나도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그와 비슷한 모습이었겠거니 하는 마음이 든다. 어느 날은 기분이 좋다가 어느 날은 또 울적해 있고 슬퍼 보이다가, 어느 날은 또 갑자기 삶의 활력을 찾아서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운동했다가 또 어느 날은 나른하게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들이 생긴다. 나도 저랬겠지,라는 생각에 더 잘해줘야지 싶다가도 툴툴거리면 같이 화낸다.
남자친구가 집에 있으니 좋다. 나는 늘 내가 가정을 이끌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아직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한국 사회에서는 여자가 너무 돈을 많이 벌어도 안되고 가정 이끄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대해서도 귀에 딱지를 앉도록 들었지만,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에 따른 보수도 넉넉히 받으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생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 욕심인가?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남자친구가 일하지 않고 푹 쉬는 게 나 빠보이지만은 않는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뿐의 마음이라는 것을 안다. 내가 진짜 경제적으로 쪼달리고 힘들어 죽겠는데 드러누워서 핸드폰 게임만 하고 있는 걸 보면 답답하겠지. 그리고 내 남자친구도 외향적인 편이라 외부에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나가서 일하는 편이 건강에도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나는 그냥 남자친구가 고생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수입이 적더라도 내가 든든하게 그 뒤를 받쳐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는 한다.
아예 일을 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겠지만, 그냥 그가 고생하는 게 싫어서, 몸이 아픈 게 싫어서 자꾸 이런 마음이 든다. 내가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해줄 수도, 지금은 그런 능력도 안되지만, 최대한 힘들지 않게 뒷받침이 되어주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친구, 가족들을 위해. 물론 나도 이 마음이 욕심이라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도 알지만,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은 자유니까!
어쩌면 능력 있는 내 모습을 사랑하는 나르시시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일단은 남자친구를 비롯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하자. 사실 능력 있는 내 모습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 같으니 30% 정도라고 해두자. ㅋㅋㅋ 아무튼 능력 있는 내 모습을 사랑하는 마음과 나의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나를 이렇게 만드니 결국엔 모든 것이 사랑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