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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Jul 23. 2024

6개월 뒤에는 아빠를 만날 수 있을까

한국 언제 와?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 "한국 언제 와?" 나는 캐나다에 온 지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정말 다양한 친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언제 오냐고 묻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곧 가야지, 곧 가야 지를 입에 달고 살았다. 캐나다 컬리지 유학을 온 친구들은 대부분 2년 학기를 시작하면 1년 정도 수업을 듣고 긴 여름 방학을 맞이해 한국에 들어갔다 오기도 한다. 혹은 졸업을 하고 한국에 다녀와서 취업을 하고는 하는데, 나는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서 반년 수업을 듣고 온 케이스라 졸업을 하고도 한국에 가지 않았다.


캐나다에 와서 향수병도 없었고,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었다. 힘든 일도 좌절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엄청나게 심각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내 곁에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적은 수지만 새로 사귄 친구도 있었고, 그리고 나름 아르바이트도 했기에 딱히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내가, 이제는 한국에 다녀오고 싶다. 아빠도 보고 싶고 엄마도 보고 싶다. 친구들도 너무 그립고 친구들의 모임에도 나가서 그들의 고민은 무엇인지, 요즘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직접 만나서 듣고 싶다. 한국에서 먹던, 싫어하던 엄마 반찬도 먹고 싶고 내 나라에서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한 사람들과 같은 언어를 말하다가 오고 싶다. 한국에서 자주 다니던 동남아 여행, 일본 여행도 다녀오고 싶고 알지 못했던 대중교통의 편안함도 느끼다가 오고 싶다.


나는 두통이 심한 편이라 웬만한 두통은 다 겪었다고 자부했지만, 이번 달은 2주 내내 처음 느껴보는 두통을 달고 살았다. 남자친구도 곁에 있었고, 상사도 휴가를 가있기에 재택근무만 하면 되었는데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두통이 심해질까 싶어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캐나다로 오고 난 후 처음으로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 가면 새삼 늙어버린 엄마 아빠를 마주하는 게 두렵지만, 그래도 아빠가 보고 싶다. 엄마랑 같이 카페 가서 커피 마시며 수다도 떨고 싶고 이마트 장도 보면서 과자 하나씩 사서 나눠 먹는, 그런 소소한 일상을 즐기다 오고 싶다. 가족끼리 다 같이 군고구마를 까먹고 손이 노래질 때까지 먹는 감귤이 그립다. 내년 설날엔 한국에 갈 수 있겠지. 6개월 뒤면 아빠를 만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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