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탈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의류 자체 제작 프로모션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사장님들이 세운 회사로, 자신들이 잘하는 홍보로 인플루언서들의 자체 의류 브랜딩을 돕고 있다. 이 일을 하면서 세상에 인플루언서들이 이렇게나 많고, 미국에 사는 인플루언서들은 진짜 급이 다르다고 느낄 때도 있다. 많은 사람이 아는 셀럽의 전여친이 우리의 고객이고, EDM계에서 전설적으로 불리는 DJ, 보디빌더 사이에서 레전드라고 불리는 사람, 애를 네 명 둔 아기 엄마 인플루언서들까지. 정말 다양한 인플루언서들, 그리고 그들이 가진 물질적인 풍요를 보면 놀랍기도 하고 또 부럽기도 하다.
스크린 뒤에서 만난 그들의 모습은 일반 사람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는데 소셜 미디어에서 비치는 그들은 세상 화려하기만 하다. 내가 벌고 있는 연봉을 어쩌면 한 달에, 어쩌면 몇 주만에 벌어들이면서 나의 능력을 본인의 능력으로 사는 그들에게서 소위 말하는 '현타'가 오기도 하고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 몰려온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살면 내 정신 건강에만 좋지 않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던 내가, 하루하루 열심히 살기 위해 적어놓은 나의 체크리스트들이 뭔가 작아지게만 느껴질 때도 있다.
이게 왜 내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는 걸까, 나도 그들처럼 유명해지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물질적 풍요가 부러운 것일까? 소셜 미디어 안의 그들의 화려한 삶이 부러운 건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명성이나 부가 부러운 건지 모르겠다. 이 박탈감이 어디서 오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그래서 새로운 클라이언트들과 미팅을 할 때면 가끔은 내가 작아지고 또 가끔은 마음이 급해진다.
그러다 오늘 아침, 매일 쓰는 다이어리에 글을 쓰며 그들에게 느끼는 박탈감은 어쩌면 모든 게 뒤섞인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무엇이 가장 부러운가, 무엇이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가, 에 대한 생각을 곰곰이 하다 보니 앞서 말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누군가의 능력을 사는 그 능력'과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능력'이 부러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능력을 돈을 주고 산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갑과 을의 관계이기 때문에 나는 관계에서 '갑'이 되고 싶다는 생각(누구를 부려먹는다는 의미가 아닌 소위 말하는 '상위 계층'을 뜻 함)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자신의 시간을 살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크게 다가온다.
단순히 물질적으로만 성공하고 싶은 게 아니다. 성공을 해서 물질적인 것들이 따라오면 좋겠고, 나도 그들처럼 여유롭게 나의 시간을 사고 싶다. 돈이 돈을 부른다는 말, 부자는 더 부자가 된다는 말, 그들을 보며 느낀다. 그들의 명성, 그들의 유명세는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으니 부럽지 않지만, 그것들로 인해 쌓인 그들의 능력은 너무나도 부럽다. 나와 비슷한 또래이기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그들도 나름 자신의 고충이 있겠지만, 그들의 삶의 밖에서 바라본 그들의 삶은 부럽기만 하다.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겠다는 마음가짐과는 상충되는 마음이라 이런 마음이 들 때면 괴로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쓰면서 나의 마음에 든 이런 현타, 박탈감과 같은 마음을 환기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이 이야기를 쓰게 됐고, 실제로도 도움이 많이 된다.
나의 이 박탈감을 덜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줄 수 있을까, 그것이 나의 항상 큰 고민이자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아직도 내가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 모르겠기 때문). 내 일이 너무 재밌고 좋지만, 가끔 드는 이러한 생각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지금의 나의 모습은 과거의 내가 선택한 결과라고 하니.. 3년 뒤, 5년 뒤, 그리고 10년 뒤의 나의 결과를 위해 오늘도 최선의 선택을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