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래전 연인에게

사랑도 그리움도 아니면 뭘까?

by Sean

난 너를 정말 많이 사랑했어.


그 사랑하는 마음이 헤어진 지 8년이 됐는데도 아직도 가끔은 널 생각하고, 네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 만큼. 그 커다랗던 사랑이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은은하고 따뜻하게 남았어.


그렇다고 네가 그립거나 너와 다시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야. 연인 간 나누는 사랑의 감정은 더더욱 아니지만, 너는 왜 내게 그렇게 은은하게 남아있는 걸까?


우리가 사귄 기간보다 헤어진 기간이 더 길어졌는데도 문득 네가 생각날 때가 있어. 건강하게 사는지, 여자친구는 있는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와 같은 것들이 궁금해질 때가 있더라. 전 남자친구는 생각이 안 나는데 네가 생각나는 걸 보면 너는 내 첫사랑 일까?


남자의 첫사랑은 죽어도 못 잊는다던데 여자인 나에게 너는 왜 이렇게도 은은하게 남았을까? 그때의 우리의 관계가, 아님 그때의 내 모습이 너무 예뻤나?


특출 나게 잘생긴 것도 아니고, 돈이 많지도 않았고, 공부도 빼어나게 잘하지도 않았던 너를 그땐 왜 그렇게 사랑했을까? 그래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 인생에서 그 어떤 남자도 너만큼 사랑할 수 없을 거 같아. 지금 내 남자친구에겐 미안하지만. 그때처럼 강렬하게, 불같이 사랑할 수 없다는 게 아쉽기도 하고 그게 너라서 다행이기도 해.


이런 마음이 들 때면 내가 잘살고 있다는 것 같아서 은근히 기분이 좋기도 해. 잘살고 있어서, 행복해서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남몰래 기도하는 거겠지? 내가 불행하면 너는 생각도 나지 않았을 테니. 스쳐 지나갔다기엔 내 인생에 큰 이벤트를 만들고 갔던 너. 가끔은 너도 내 생각을 이렇게 할까?(부디 하기를)


사랑도 너를 향한 게 아니고 그리움도 너를 향한 게 아닌데 가끔 문득 그리워지는 걸 보면, 그때의 우리가 참 사랑했나 봐.


난 아직도 그때의 우리를 사랑하나 봐.


함께 나눠 듣던 노래, 야간 자율학습을 끝내고 같이 걷던 거리, 독서실에서 느끼던 시원한 밤공기, 첫 대학 축제, 첫 군대 면회와 휴가. 함께 처음 먹던 버블티, 마라탕.


다 좋은 기억만 남았어, 우리의 끝을 그렇게 아프게 끝냈는데도. 이게 무슨 감정일까 늘 너를 떠올리며 궁금해해. 서른이 됐는데도 난 이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 애틋함과 그리움이 남기엔 너무 긴 시간이 흘렀고, 사랑한다고 하기엔 널 사랑하지 않아, 근데 이 마음은 뭘까?


이 감정에 이름을 정해주고 싶어서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이것도 사랑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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