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잘 사는 성격, 진짜 있을까?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으세요?

by Sean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가 크리에이터로 일하는 인플루언서의 릴스를 본 적이 있다. 외국에서 살기 좋은 성격이라고 '독립적인 성격', '외로움을 잘 타지 않는 성격', '외향적인 성격'이라고 리스트를 하면서 올렸는데, 나는 그 이야기에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 나는 캐나다에서 영주권까지 따서 살고 있지만, 내 스스로 '독립적'이고 '외로움을 아예 타지 않는다'고 할 수 없으며 '대문자 외향적인 성격'이라고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살아보니 사람 사는 곳 다 비슷하고 그 어디에도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으며 나에게 맞는 나라는 따로 있을 수 있다는 것까지는 인정하지만, '외국에서 잘 사는 성격'이라고 기준을 두고 정해둘 수 없다, 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외로움을 많이 타고 독립적이지 않고 외향적이지 않다면, 당연히 외국에서 사는 게 조금 더 어려울수도 있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나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타고난 운명을 믿는 편(예를 들면 사주 혹은 점성학에서 말하는 네이탈 차트와 같은 것)이다. 내 사주나 네이탈 차트에 외국 역마가 강하다면 아무리 성격이 내향적이고 독립적이지 않더라도 외국에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외국에서 '산다', '해외 역마'가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누군가의 경제적 도움에서 벗어나 자신이 그 나라에서 돈을 벌고 세금까지 내면서 사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유학 후 한국 귀국까지는 외국에서 '산다' 혹은 '해외 역마가 강하다'라고 보지 않는다.


이것을 제외하고는 '외국에서 자신이 살아가는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중요할 것 같다. 한국에서의 삶을 자꾸 자신이 살아가려고 하는 나라와 비교하며 '한국은 이렇지 않은데, 한국은 이게 더 좋은데'와 같이 부정적인 눈으로만 바라보는 것보다는 '그냥 이 나라는 시스템이 이렇구나, 한국과 이렇게 다르구나' 정도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더 편하다. 우리가 아무리 그 나라 시스템을 비판하고 그 시스템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들, 뭐 바꿀 수 있는 게 있나? 한국의 시스템들이 더 그리워지기만 할 뿐. 물론 투덜거리는 식으로의 푸념은 괜찮지만, 한국은 이래서 더 좋아, 한국이 최고로 좋아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고 불평 불만만하면, 자신이 살아가려는 새로운 나라에서의 삶은 비극적일뿐이다.


외국에서의 삶의 태도가 조금 유연해진다면 삶은 한결 편안해진다. 나 또한 그런 시기가 있었고, 나도 모르게 캐나다에 사는 지난 4년 동안 내 안에서 한국을 미화하고 더 높게 그리고 있었다는 것을 이번에 한국을 다녀오면서 깨닫게 되었다. 4년만에 '미화했던' 한국을 다녀오면서 세상에 그 어디도 유토피아는 되어줄 수 없으며, 각자 나라가 가지고 있는 사회 문제는 내가 죽지 않는 한 계속 진행될거고 그 썩은 뿌리를 내가 뽑아낼 수도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그럼과 동시에 한국과 캐나다를 그 나라 자체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 한국과 캐나다의 정치, 사회, 문화 모두 섞지 않고 한국은 한국대로, 캐나다는 캐나다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에 꼭 있는 한국인들 부류에 대해서 말하자면, '무조건 한국 칭송자' 혹은 '(한국에서의 삶도 꿈꾸지만 현실의 벽이 높아)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유토피아라고 믿는자'. 이 둘은 무조건 무조건 있다. (물론 사람마다 경험했던 일이 다르기 때문에 무엇 하나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부류도 '나의 경험'이기에 용기있게 써본다, 특정 사람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음. 난 진심 두 부류 모두에 관심이 없기 때문)


무조건 한국 칭송자: 한국에 4년만에 간다고? 그럼 한국에서의 삶이 다시 그리워질걸?! 나는 한국 오랜만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 싫어서 진지하게 한국으로 돌아갈까 고민이야. (하고 돌아가지 않음)


자신이 사는 곳이 유토피아라고 믿는자: 한국 사회는 너무 빡빡해. 미의 기준도 미친거 같고, 사람들이 어쩜 그렇게 닫힌 사고로 살아가는지 모르겠어. 나는 이제 한국에서 다시는 못살 것 같아. 너무 답답하고 사람들도 불친절해. (그리고 한국 여행 찐하게 즐기면서 한국 음식/제품이 최고라고 국뽕 장난 아님)


이런 식이다.


하지만 4년만에 돌아갔던 한국은 한국 그대로 나에게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었고, 익숙함에서 오는 안정감이 눈물나게 좋았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이 행복했고, 나는 이렇게나 사랑받는 사람이구나, 다시 한 번 '사랑'이라는 마음을 눈으로 보고왔다. 그에 비해 캐나다는 내가 혼자 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내가 어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구나, 나도 내 삶을 직접 꾸려가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그리고 어릴 때의 꿈(영어권 국가에서 살면서 일하고 싶다라는)을 이룬 곳이기도 하다. 한국에서의 삶보다는 짧지만, 여기에도 이제 나의 삶이 있다.


물론 한국 사회, 캐나다 사회 모두 각자의 사회적인 문제점이 있고, 문제 없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 나라가, 위치가, 문화가 다른 만큼 각자 가지고 있는 문제는 다 달라서 절대로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 있는 게 없다. 의료, 법 체계, 교통수단, 정치 등등 모든 것 하나 다 같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 날이 선 '여긴 왜 그래?'와 같은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의미가 없으니까.


한 친구는 내게 한국도 캐나다도 자신의 집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에 비해 나는 한국에 가도 내 집에 온 것 같고 이젠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 도착만 해도 또 다른 집에 온 것 같이 느껴진다. 4년만에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는 내가 어떤 마음을 느끼게 될지 두려웠는데, 막상 다녀오니 내가 너무 한국을 이상화하고 미화했다. 캐나다에 오기 전에 내가 캐나다를 생각하면서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국은 내게 한국 그 자체이고, 캐나다는 내게 캐나다 그 자체이다.


외국에서 살기 좋은 성격이란 따로 없고, 그냥 이렇게 그 나라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것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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