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건 줄만 알았는데
그저껜가? 길을 지나가면서 가족으로 보이는 차 한 대를 스치듯이 봤다. 앞 좌석엔 아빠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분이 운전을 하고 있고, 조수석에는 그의 아내로 보이는 여성분이, 뒷자리에는 그들의 딸로 보이는 10대 소녀가 뾰로통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녀를 보고 어린 시절의 우리들이 생각났다. 아빠가 운전하고 조수석에 엄마가 앉아서 뒷자리에서 쫑알거리는 내 모습이, 뒷자리에서 엄마 아빠와 싸우다가 삐쳐 있는 내 모습이. 그때는 그런 삶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고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도 야속하고 그때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음에 가끔은 가슴이 먹먹하게 저려오기도 한다.
빚 없는 50평대 아파트에서 각자의 방이 있고 어딜 간다고 하면 아빠가 차를 태워다 주는 삶.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커왔다. 어른이라면 빚 없이 집이 있어야 하는 건 줄 알았고, 면허를 따면 차가 생기는 줄 알았다. 부모라면 자식이 힘들 때 경제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줄 알았고, 대학 학비, 용돈은 다 부모의 책임이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하며 커왔다. 그런 내가 어른이 되고 보니 그 어느 하나 당연한 게 없었다.
중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에 도움을 주고 있는 친구가 있었는가 하면, 평생 자기 방 하나 없이 살던 친구도 있었고, 대학 학비가 없어서 부모에게서부터 대학을 포기하라는 이야기를 듣던 친구도 있었다. 부모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친구도 있었으니, 그 심정은 헤아리기도 힘들어서 어떤 위로의 말이나 힘을 주는 말도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부모라면 응당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모델이 있었고, 그런 부모를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한다. 엄청 살갑지는 않아도, 다정하지는 않아도 가정적이고 희생적인 아빠가 있고, 가정 주부로서 약 20여 년 간 우리의 아침과 허드렛일을 기꺼이 도맡아서 해주던 엄마가 있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아빠 쪽도, 엄마 쪽도 그 어느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왜 이런 깨달음은 내가 더 어릴 때 깨닫지 못하는 건지 아쉽기만 하다.
곧 엄마 아빠의 첫째가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한국에 가야 하는데, 엄마 아빠한테 지인짜 잘해주고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