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난 남자친구와 이별하기
2019년 10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우리는 약 3년 간 연애를 마치기로 결정했다. 캐나다-한국 장거리 1년 반, 캐나다에서의 1년 반, 우리는 3년을 꽉 채워서 뜨겁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연애를 끝냈다. 그와의 헤어짐을 항상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타지에 혼자 살고 있다 보니 그와 헤어지게 되면 얼마나 아프고 외로울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기에. 하지만 10대의 이별과, 20대 초반의 이별과, 20대 중반의 이별은 달랐다.
Y는 나의 오랜 친구의 사업 파트너이자 친구였다. 나의 친구는 중학생 때 캐나다로 이민 와서 살고 있었고, Y 또한 고등학생 때 이민 와서 살고 있었다. 2019년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캐나다에 놀러 왔을 때 시간이 맞아서 함께 밥을 먹으며 얼굴을 텄다. 첫 만남부터 선물로 텀블러를 사 왔던 그였기에 참 사려 깊다고 생각했다. 고마운 마음에 인스타그램 디엠으로 약간의 긴 감사 인사를 전했고, 나를 위한 깜짝 생일 파티도 해줬기에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함을 느꼈다. 두 번 정도의 만남이었지만 서글서글한 그의 외모와 귀여운 눈웃음이 마음에 들었다. 그때 그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나 또한 연락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친구로라도 남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아쉽게 헤어졌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어렴풋이 이 남자와 결혼하는 여자라면 행복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만큼 그는 다정했고, 눈웃음이 예뻤던 남자였다.
한국에 돌아와서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1년은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며 돈을 좀 모으면서 캐나다 유학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그와는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고, 내가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나중에 듣고 보니 그 당시 여자친구와 꽤나 깊은 갈등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그의 이별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길이 없다. 밤낮없이 연락을 주고받고 일상을 나눴던 우리는 2019년 가을에 만나보기로 했다. 그리고 2020년 4월에 동남아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됐다.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외로움을 덜 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5년을 만났던 친구가 군대에 갔을 때도, 장거리 연애를 할 때도 한 번도 외롭다거나 슬프다거나 너무 힘들다거나 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시차가 달라서 내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좋았고, 생각보다 연락이 잘되고 이렇게 삶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감사했다.
2020년은 다들 알다시피 코로나가 생겨나기 시작한 때이고, 우리의 동남아 여행은 보기 좋게 무너졌다. 그 당시 캐나다는 한국보다 규제가 훨씬 심했던 상황이라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던 상태였고, 나 또한 인턴으로 일하고 있던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받았다. 이렇게 된 이상 2020년 9월 학기에 입학을 하는 걸로 목표를 바꾸고 비대면 수업이라도 듣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더 빨리 만날 수 있게 되니 나쁠 것도 없었다. 일자리를 잃어서 슬펐지만.
2020년 4월에 만나기로 했는데,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캐나다 컬리지에 입학하게 되었다. 9월 학기부터 수업을 듣기 시작했고, 밤낮이 바뀐 생활을 했다. 그래서 그와 더 잦은 연락을 할 수 있었고, 그 또한 하고 있던 일 시간을 점점 줄이게 되면서 나와의 연락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아직 캐나다 시민권자가 아니었던 그는, 시민권으로 바꾸기 전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하고자 했다. 그 당시 외국인은 한국으로 입국이 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영주권자였던 그는 그때까지도 한국인이었기에 한국 여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9월에 나를 만나러 올 예정이었다. 원래 만나기로 한 때보다 반년이나 늦게, 우리가 연애를 시작한다고 하고 난 1년 후가 지나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