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의 이별 (2)

그에겐 고마움뿐이다

by Sean

내가 이렇게 Y와의 이별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은 어쩌면 나만의 추모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를 추억하고, 조금 더 건강한 마음으로 그와 이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는 나를 사랑했고, 나도 그를 사랑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캐나다에서의 새로운 출발을 항상 응원해 줬고,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항상 이루길 바라는, 기도해 주는 사람이었다. 생각해 보면 언제나 기분 좋아지는 사람, 늘 고마움만 마음에 남는 사람이다. Y는 언제까지고 내게 그렇게 좋은 사람이다.


한국에서 13살 이후로 살아본 적 없는 Y가 나를 보러 토론토에서부터 13시간 이상 비행을 하고 온다는 사실이 내심 좋았다. 그는 13살 때 중국에서 살다가 17살이 되어서 캐나다로 이민을 왔다고 했다. 덕분에 3개 국어를 할 수 있었던 그는, 언제나 나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 두 가지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영어 하나로도 버벅대고 있는 나를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었다.


1년 만에 실제로 만나는 그는 역시나 다정했다. 그 당시에는 확진자가 처음으로 1000명이 넘는 시기여서 제주도 행도 무산되었지만, 그와 만나서 행복했다. 만난 첫날부터 헤어짐을 걱정하며 울던 나였으니, 그를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지경이었다. 그가 멀리 있다고 외로워하지는 않았는데, 보고 싶은 건 또 다른 종류의 슬픔인가? 왜 울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무렵 비가 많이 왔다. 우리는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겼고, 몰과 이어져 있어서 동남아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집이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서 렌트해 온 차로 우리 집으로 함께 갔다. 페이스타임으로만 보여주던 우리 집을 실제로 보여주고, 우리 언니와 나의 남동생도 만났다.


그는 그가 한국에서 살던 동네에 가보고 싶어 했다. 송파구.. 어디였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는 성수와 상수를 헷갈려했다. 비가 내린 탓에 날씨가 좋았고, 함께 서울 드라이브하는 게 참 좋았다. 남자친구와 차를 타고 다니는 건 처음이어서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9월의 한국 날씨는 정말 좋았다. 코로나 덕분인지 미세먼지도 좋았고, 남들 하는 것처럼 한강 데이트, 인생 네 컷, 포토매틱, 맛집 탐방 같은 데이트를 즐겼다. 나의 첫 타투도 이때 했고, 그도 첫 타투를 한국에서 했다. 내가 데려가고 싶었던 나의 맛집도 데려가면서 나의 삶을 보여줬다. 이때 한국에 계신 그의 어머니와 그의 여동생까지 만났는데, 그냥 왠지 모르게 편안함이 느껴졌다. 부담스럽지 않았고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불 같은 사랑보다는 잔잔하고 미지근한 사랑이 더 좋은 나로서는 싫지 않은 우리의 모습이었다.


헤어짐은 언제나 힘들다. 10월 초가 되어서 떠난 그는 6개월 뒤 내가 캐나다로 갈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헤어짐을 힘들어했다. 만나자마자 헤어짐을 슬퍼했던 나는, 생각보다 헤어짐이 어렵지 않았지만, 처음 만났을 때 아무렇지도 않아 했던 그는 헤어짐을 힘들어했다. 아이처럼 울면서 혼자 운전해서 가는 그를 보자니 짠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2주도 안 되는 시간은 떨어져 있던 1년을 채우기에 너무도 짧았다. 만나고 나니 그가 더 좋아졌다. 그도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했다.


비록 몸은 멀리 있어도 서로 선물을 사주고, 서로가 일어날 때를 기다리고, 서로의 생각을 베개 삼아 자던 날들이었다. 밤 낮이 바뀐 생활을 하는 나에게, 그리고 영어로 수업을 처음 들어보는 나에게 힘이 많이 되어 주었던 그였다. 음악 취향이 비슷했고, 유머 코드가 맞았다. 야망이 큰 나를 부담스러워하지 않았고, 결혼하게 되면 살람은 자기가 하겠다는 그였다(나는 나가서 돈을 벌겠다고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사랑으로 마음이 가득했고, 서로가 있어 서로에게 너무 큰 힘이 되었다. 그 또한 캐나다에서 혼자 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지 못했고, 그 스스로도 잘 몰랐던 것 같다.


그와 묵었던 여의도 콘래드. 그리고 차를 탈 때마다 잡아주던 손.


아직 그와 추억이 담긴 사진을 지우고 싶지 않은 건지, 지우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지울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건지 모르겠다. 그에게 미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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