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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인클루시브 여행, 지상낙원

푼타카나에 있습니다

by Sean

내가 살고 있는 토론토는 춥다. 이번 겨울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춥지 않지만 그래도 겨울이 거의 일 년의 반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해가 잘 들지 않고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된다. 그래서 우울한 사람들도 많다고 하고, 나도 조금은 축 쳐지는 편이다. 워낙 여름을 좋아하고, 뜨거운 해를 좋아하다 보니 나에게는 토론토의 겨울이 달가울 리 없다. 작년 4월에는 졸업 기념 겸 따뜻한 나라에서 쉴 겸 칸쿤을 다녀왔고, 지금은 푼타카나에서 글을 쓰고 있다.


푼타카나라고 하면 생소할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는 도미니카 공화국이고,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곳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아닌 이상 오기도 어렵다. 도미니카 공화국에 누가 한국에서부터 올 생각을 한단 말인가.


한 친구에게는

"나 푼타카나 가기로 했어"라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

"푼타카가 어디야?"


그렇다. 아무도 푼타카나에 대해 모른다. 심지어 도미니카 공화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다. 혹여 아는 친구들이 있으면 위험하지 않냐고 물어본다. 한국에서도 여행 권고 국가 중 하나로 알고 있지만, 나는 올인클루시브 여행으로 왔기 때문에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 말 그대로 모든 게 포함이 된, 음료, 식사가 무제한으로 제공되고 있다. 비치타월, 수영장, 선 베드 등 모든 걸 다 이용할 수 있다. 칸쿤으로 신혼여행 가시는 분들, 혹은 캐나다나 미국에 거주하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훨씬 더 잘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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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뷰


칸쿤에 비하면 아무래도 아시아 사람이 많이 없다. 내가 묵고 있는 숙소는 어른 전용인데, 아시아인은 전멸이다. 이 숙소가 백인들에게 유명한 곳인 것 같기도 하고, 아시아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한국 사람을 많이 볼 수 없는지 이곳 사람들은 공항에서부터 코레아나 라면서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도 했다. 아, 그리고 영어를 못해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진짜 친절하고 재밌다.


중국 춘절이라 거래처들도 다 휴가철이라서 온 여행인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메이카/바하마/푼타카나/칸쿤 중에 고민했는데, 날도 너무 좋고 해도 뜨겁고 좋다. 한국이랑 토론토는 지금 춥고 눈이 온다고 부럽다는 연락을 계속 받아서 뭔가 여기 온 게 미안하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이 날씨를 선물하고 싶기도 하다.


한 번씩 이렇게 휴가를 오면 추울 때 따뜻한 나라를 가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제 점점 어떻게 하면 나에게 최선의 휴식을 줄 수 있는지, 어떻게 내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지, 나의 스트레스 한계는 어떻게 되는지와 같은 것들을 알아가고 있다. 나와 조금은 더 친해지고 있다고 비로소 말할 수 있게 됐다.


이별 글을 쓰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지만, 다음날까지 뭔가 마음이 먹먹했는데 이렇게 날 좋은 곳에서 책도 읽고 글도 쓰니 정말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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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자외선

태닝을 워낙 좋아하는 나이기에 이런 뜨거운 날씨는 한 번쯤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햇빛이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여유롭게 만드는지. 잊지 않고 싶은 기억이고 추억이라서 이렇게라도 발자취를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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