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플랫폼과는 조금 다른 브런치
나는 브런치 작가를 신청할 때 정말 별 어려움 없이 했다. 내가 글을 비범하게 잘 썼기 때문에 한 번에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처음 조회수가 하나 두 개씩 나오고 좋아요가 눌릴 때면 재미있게 쓸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작가가 된 기쁨도 잠시, 다른 많은 작가와 같이 내 브런치를 방치해 두었다.
연말이 되면서 바쁘던 삶이 조금 잠잠해지고, 내 마음도 조금은 고요해졌을 때, 다시 책을 많이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책 '역행자'. 저자가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이미 알고 있었고, 언제 한 번 읽어봐야지 싶었던 책이었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지만, 삶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달까? 책이나 글 읽는 것을 좋아하고 글을 쓰면서 그 생각을 표현해 내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던 나이기에 다시 한번 브런치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다시 꾸준히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땐 그냥 별생각 없이 쓸 수 있게 되었다. 하루에 하나씩 매일 쓰다 보면 나도 글쓰기 실력이 늘겠거니, 싶어서.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나의 글 '나는 캐나다의 패션디자이너'를 쓰고 난 후 우연히 통계를 보게 되었는데, 조회수가 갑자기 늘어난 것을 알게 되었다.
https://brunch.co.kr/@e3b5d9a11b3c4df/12
처음에는 가볍게 매일 나의 삶을 돌아보고, 내 삶에서 나눌 것이 있다면 나누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한 번 조회수를 보고 나니까 이상하게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냥 글 쓰는 연습을 하고 싶어서, 지금의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미래의 나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쓴 글이었는데, 점점 사람들이 어떤 글을 좋아하게 될지에 몰두하게 되었다. 어떤 글을 좋아하려나, 어떻게 조회수를 올리면 되려나, 어떻게 하면 구독자 수가 늘 수 있을까 따위의 생각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매일 쓰겠다는 다짐을 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새에 이렇게 욕심이 가득해져서 약간의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던 찰나에 브런치에 대한 글을 쓰시는 분들의 글을 읽게 되었다. 어플이 바뀌고 난 뒤부터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내용이 많았다. 나는 사실 그전 어플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브런치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어플에 접속할 때마다 특정 작가의 특정 주제만 계속 떠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다. 읽어보면서 재미있다고 느끼기도 했고,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내가 이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아직도 고민이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게 맞는 건지, 사람들이 듣고 싶은 내용을 쓰는 게 맞는 건지. 사람들이 듣고 싶은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서 글을 써내는 것 또한 엄청난 재능이구나,라는 마음이 든다. 해외에 살고 있는 나에게 사람들은 무엇을 궁금해할까? 내가 한국에 있을 때 해외에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해 줬으면 하는 부분, 해갈시켜줬으면 하는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글을 꾸준히 써야겠다고 다짐하고 시행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이런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우습기도 하다. 고작 글 2~3개로 조회수가 높은 분들, 구독자가 급격하게 늘어나신 분들과 비교하게 된다. 그냥 글 쓰는 습관을 들이고자 시작한 글쓰기였고, 돈이 목적이 아닌데도. 성실하게 차근히 하다 보면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찬찬히 알아갈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급하게 마음먹지 말자고 해도, 꾸준히만 하자고 해도, 이게 제일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꾸준함이 특별하다는 말이 이제야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