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은 의지가 약한 사람이 아니다

그냥 핑곗거리를 찾고 싶을 뿐

by Sean

나는 내가 늘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고, 무엇하나 끈기 있게 끝내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달고 살았다. 그리고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늘 나는 최고로 잘할 수 있는 적임자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게 겸손함인 줄 알았고, 미덕인 줄 알았다. 나는 시작만 하면, 마음만 먹으면 해낸다는 말을 믿었다. 하지만 그것도 미루기 위한 핑계일 뿐.


같은 맥락으로 무언가 그만두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또 다른 핑계일 뿐이다. 그냥 그 상태에서 남겠다고 결정한 것이고, 그 상태를 그만두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겠다는 핑계일 뿐이다.


내가 여기서 사귄 친구가 있다. 그녀는 항상 남자친구와 싸웠다는 이야기를 하고, 곧 남자친구랑 헤어질 거라고 항상 이야기한다. 항상 남자친구의 뒷얘기를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호소한다. 헤어지면 되는 것 아니냐,라는 나의 말에는 항상 그를 두둔한다. 그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며, 사귀는 초반에는 자기에게 얼마나 잘해주었는지 아냐며. 나는 그녀가 항상 답답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도 그는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관계를 놓지 못한다. 아니, 처음에는 관계를 놓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권의 책을 거치고 나니 그녀는 그를 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놓지 않기 위한 다양한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을 뿐이다.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녀는 그냥 머물고 싶어 한다. 나 또한 소화기관이 약함에도 끊임없이 매운 음식을 먹고 탈이 나면서 매운 음식은 한국인에게 필수라며 핑계를 대 왔다. 그냥 내가 자극적인 음식을 계속 먹고 싶은 거였고, 그로 인한 부작용을 내가 견디기로 한 것인데(지금은 많이 줄여가는 중이다).


사람들은 의지가 약하지 않다. 그냥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거고, 그 일을 계속하고 싶은 거다. 인정하자, 그럼 내 삶도 조금은 편해지고 내 생각이나 감정에 동요되는 일은 많이 줄어든다. 나는 그와 헤어질 거야, 와 같은 말보다 '나는 그가 나에게 잘해주지 않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그를 아직 좋아하기 때문에 지금 헤어지자고 이야기하면 내가 후화할 것 같아서 헤어짐을 이야기하기는 조금 이른 것 같아, 그러니 내가 그에 대해 종종 나쁘게 이야기하더라도 그를 너무 나쁘게 보지 말아 줘'라고 내게 말해주는 편이 낫다. 그러면 나는 그녀의 의도를 오해하지 않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덜 치질 거다. 물론 그녀 스스로에게도 그게 훨씬 나은 방법이다.


사람들은 의지가 약하지 않다.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울 뿐이고 그냥 자기 스스로를 속이는데 익숙할 뿐이다. 나도 그렇고 당신들도 그렇다. 살아가면서 이 부분들을 조금 더 주의하면서 살아간다면 자기 스스로 자학할 일도 없어진다. 귀찮아서 안 하고, 게을러서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의지가 약해서 안 하는 것도 아닌 그냥 지금 그 상태가 편한 것이고, 그 상황을 바꿀 만큼 간절하지 않은 것이다.


마치 내가 계속 이직해야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지 하지만 만들지 않는 것이 단순히 귀찮아서가 아닌 이 상황을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가 아는 것처럼. 내게 이직이 지금 아주 급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매운 음식을 먹고 탈이 나더라도 다시 괜찮아지기니까 계속 먹었던 것이고. 무엇이든 우선순위가 된다면 해내게 되어있다.


내가 지금 당장 위암에 걸린 상태라면 매운 음식을 계속 먹을까? 내 친구의 남자친구가 누군가를 죽이고 감방에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내 친구는 그와 계속 만날까? 내 보스 A가 나에게 와서 풀타임으로 전환은 힘들 것 같고 계약이 3월에 끝날 거라고 이야기하면 내가 다른 회사의 자리를 찾아보지 않을까?


당신은 의지가 없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 바꾸고 싶은 그 일이 당신의 최우선 순위가 아니고, 그 일을 당장 바꾸지 않더라도 그냥저냥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경계하자. 뛰어들고 무조건 실행으로 옮겨보자.


이제 핑곗거리를 찾는 것은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나도 당신들도.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고 싶은 게 많은데 어쩌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