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는 그 사실을 모른 채
남자친구와 만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에게 나는 꽤 오랜만의 제대로 된 연애이고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
함께 살기로 하게 된 이유 중엔 꽤 많은 이유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토론토는 집 값이 많이 비싸다.
지금 살고 있는 11평짜리 방 하나 월세가 215만 원이고, 방 두 개짜리로 옮기려면 달에 280만 원에서 300만 원은 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그의 집이 꽤나 멀고 교통이 좋지 않다.
그는 차가 없기에 출퇴근으로만으로도 힘들어했고, 우리 집에서 그의 직장까지는 꽤 가깝다.
세 번째로는 나의 영주권 문제.
1년 동안 캐나다 시민권,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연애하며 같이 살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common-law로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시도하려고 했던 방법보다는 이 방법이 훨씬 쉽고 확실해서 이 부분도 염두에 두고 있다.
처음에는 11평짜리 집에서 다 큰 어른 둘이서 어떻게 살아가나 했지만,
평일에는 생각보다 겹치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냥 살만한 것 같기도 하다.
계약이 끝나면 투룸으로 옮기고 싶기도 하지만 경제적인 부분을 보면 그냥 여기 남아있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부모님은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데,
내가 이렇게 같이 살고 이 남자 덕분에 영주권까지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가끔은.. 너무 정직한 것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뭔가 조금의 죄책감과 조금의 미안함이 뒤섞인다.
여기서는 너무 흔하디 흔한 일인데, 엄마 아빠가 어떻게 받아들일는지.
동거가 나쁜 것도 아닌데 왜 부모님 생각만 하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