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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보내준 파김치

엄마, 사실은 나 하나도 못 먹었어

by Sean

우리 엄마 파김치는 진짜 맛있다. 우리 엄마는 요리에 썩 관심이 있다거나 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몇 가지는 정말 특출 나게 잘한다. 생일 때마다 만들어주는 시루떡, 잡채, 식혜가 그들 중 하나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엄마 음식은 단연코 파김치다.


캐나다에 오고 나서는 김치를 사 먹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김장 김치가 먹고 싶고, 갓 만들어낸 김장 김치로 수육도 싸 먹고 싶고, 시간이 지나서 푹 익으면 숭덩숭덩 썬 돼지고기를 넣어서 칼칼한 김치찌개도 만들어 먹고 싶다. 그래도 가장 먹고 싶은 건 엄마의 파김치.


캐나다에는 쪽파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다. 내가 만들어본 파김치는 엄마가 만들어준 파김치 맛이 전혀 안 났고, 파김치가 먹고 싶다는 딸을 위해 엄마는 쪽파를 샀다.


나는 익지 않은 파김치를 좋아한다. 라면이랑 먹어도 맛있고, 삼겹살이랑 먹어도 좋고, 그냥 흰 밥에 먹어도 정말 좋다. 그래서 엄마가 보내준 파김치를 하루하루 기다렸다.


배송이 불길하게 오래 걸렸다. 그래도 겨울이니 괜찮겠거니 싶었는데 엄마도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겨울이니 괜찮을 거라고 다독인 후 받은 파김치는 말 그대로 파김치였다.


기대감에 차 연 파김치는 너무 쉬어버렸고, 파김치 하나만 보낼 리 없는 엄마표 부추김치도 폭삭 쉬었다.


오래 기다렸는데 먹지 못한다는 것도 슬펐지만, 외국에 사는 딸 먹인다고 양손 무겁게 장을 보고 와서 김치를 담갔을 엄마를 생각하니 코끝이 핑 했다.


우리 엄마는 올해 환갑이다. 이제 다 큰 자식이 해외로 나가거나 분가해서 살거나 시집가서 살면, 예전과는 정말 같을 수 없을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엄마와의 시간이 이제 점점 준다는 것을 느껴갔다. 그래서 이번에 받은 파김치는 그냥 파김치가 아니었다.


엄마와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야속하게도.


오늘은 엄마 밥이 그립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어쩌면 그냥 파김치가 당기는 거일지도(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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