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보이는 것들
9개월 전, 2022년 9월에 나의 가장 친한 친구 S가 캘리포니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S의 중학교 절친, 고등학교 절친, 대학교 절친이 모두 미주에 살고 있었고, 모두가 다 커플이었기에 세 커플이 모두 초대를 받았었다. 그중 나와 전남자친구만이 헤어졌고 모두가 다 잘 만나고 있지만.
내 친구 S는 미국에서 신혼생활 첫 1년을 하고 올해 한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그래서 지난 5월, 전형적인 나답지 않게 나름 즉흥적(?)인 결정을 해서 S를 방문하기로 했다.
지난 금요일에 도착한 나의 두 번째 캘리포니아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꽤 쌀쌀했다. 이상 기온이라고 했다. 싱그럽고 뜨거운 해를 기대했던 나는, 여기 머무는 4박 5일 동안 잠깐의 해를 제외하고는 먹구름과 흐린 날씨를 만나야만 했다(그리고 쌀쌀했다 17-20도 정도).
작년에는 전남자친구가 차를 빌렸지만, 이번에는 혼자 왔으니 우버를 타기로 했다. 웬걸, 우버를 불러도 계속 오지 않았고, 자꾸 LAX-IT으로 이동하라는 거였다. 작년에 차를 빌리느라 무료 셔틀을 타고 밖으로 나갔던 것을 기억했던 나는 일단 무료 셔틀을 타고 나가보기로 했다.
셔틀을 타고 가는 도중에 무료 셔틀을 타고 나가야만 우버를 부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알았다. 작년에 둘이서 왔을 때는 몰랐는데, 또 이렇게 알아가는 재미가 있네, 싶었다.
고맙게도 나의 친구는 자신의 집 방 한 칸을 내어주었고, 나는 친구 집에서 묵었다. 작년 9월에도 방문했던 곳이었지만, 그때는 마음이 너무 복잡하고 싱숭생숭해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아, 이렇게 여유를 즐길 수 있구나, 싶었다.
3시간의 시차로 인해서 아침에 일찍 깼다. 그럼 밖으로 나가 빌라 안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아침을 사서 여유를 즐기며 아침 식사를 했다. 마치 올인클루시브 여행을 다시 온 듯한 기분이었고, 내가 이렇게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또 이런 우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고는 했다.
이별 여행이 되어버렸던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의 미국 서부 여행으로 친구의 소중함과 그 시간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겨를이 없었던 작년과 다르게 나는 나의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온다고 이불 빨래며 방 정리를 다 해준 S에 대한 고마움, 매번 외출할 때마다 운전을 해주신 형부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 매 끼니를 사준 S와 형부에 대한 감사함 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S와의 일정이 맞지 않아 비행시간보다 4시간 일찍 LA 공항에 도착했지만, 여행 막바지에 이렇게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 또한 정말 감사하다. 토론토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한국어로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또한 참 낭만적이라고 느껴진다.
혼자여서 더 잘 보이고 느끼는 이 여행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