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상사를 만나는 것도 복이지

내 상사는 특히나 더 별로야

by Sean

내 상사는 캐나다인이니까 여기에다가 상사 욕 하는 것쯤이야 모르겠지.

나중에 내가 너무 유명해져서 알려지면 안 될 텐데 ㅋㅋㅋ (N들의 흔한 상상력).


나의 상사는 진짜 상상 이상으로 별로다.

비교적 회사가 작고 팀이 작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둘이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사람과 이렇게 둘이 일해봤다면.. 어디에서도 버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가끔은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이러나 싶기도 할 때가 있지만

그건 내 알 바가 아니고~




우리가 정리해고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내게,

'I want you to clean all the files in your laptop'

이라고 말했고, clean이라고 말했기에 당연히 모든 파일을 다 지우라는 건 줄?

그래서 그녀의 말대로 했고, 메일이나 가지고 있는 파일 중 쓸 수 있는 걸 다 빼오고(그녀가 그러라 했다) 정리했다.


하지만 바로 어제 어떤 파일을 보내달라고 했고 나한테 갑자기 그 파일이 어디 있냐고,

내가 만들어서 공유하지 않았느냐며 내게 그 파일을 달라고 했다.


당연히 없지, 네가 다 지우라고 했잖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I don't have it'이라고 말했고,

그녀는 'Please don't tell me you deleted everything!!'이라며 내게 다가왔다.


당연히 없지? 네가 다 지우라고 했잖아??

파일이 없는 걸 확인한 그녀는, 나보고 어떻게 해서든 파일을 복구해 보라고 했다.

'Why did you delete EVERYTHING? Because I said cleaning the laptop?'

이라고 물어보길래 그렇다고 했다.

'I meant, I said just organization Sean?!'이라고 말하는 그녀를 보고 기도 안 찼다.


세상에 누가 'clean'을 'organization'으로 받아들이지?

그럼 네가 정리하라고 말했어야지, 자꾸 말이 바뀌잖아.

처음에는 클리닝이라고 했다가, 그다음에는 '부정적인'걸 클리닝하라고 했다가, 지금은 정리하라고 했다고?


어이가 없었다.


분명 본사에서 그 파일을 요구한 게 분명하다.


짜증 나서 모든 파일을 복구하겠다는 심산으로 $150을 내고 어플을 구매해 복구했지만 내게 그 파일은 없었다.

직접 확인시켜 줄 생각에 신나서 그녀를 부르고 확인시켜 줬더니 하는 말,

'I have a copy, so you will be fine, I just need that file because the US team asked me.'


????

그럼 그렇지, 본사에서 물어보니까 나보고 찾아내라고 했겠지.


그럼 카피가 있었으면서 나보고 다 찾아내라고 짜증 내고, 화내고.

클리닝 하라는 거 지우라는 거 맞았으면서 괜히 나한테 온갖 덤터기는 다 뒤집어 씌운다.

그리고선 내가 곤란에 처하는 게 싫어서, 나를 위한 거라는 그녀.


이게 가스라이팅이 아니면 뭐야?


복사본을 보내겠다며, 찾아보고 없으면 10분 뒤 퇴근하라는 그녀를 두고 퇴근했다.





지난 15개월 동안 그녀와 일하면서 이런 일들이 정말 많았다.

사실 정리해고 당한 것이 기쁘지만은 않지만, 그녀와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내게 안정감을 준다(캐나다 어디선가 만날 수도 있지만..).


하지만 그녀는 나와 계속 연락하면서 지내고 싶은 듯.

아무튼, 나는 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그녀를 위한 작은 선물과 카드를 준비했다.


절대로 그녀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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