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소식 후 나의 일상 1

정리해고를 당한 거라고 말하지 않겠어

by Sean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일을 잘해보겠다고 다짐한 지 이틀 만에 정리해고를 당했다.

처음에는 정리해고를 '당했다'라고 말했다.


이 상황이 너무 어이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고,

한국에 있는 언니에게는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전화하면서 하염없이 웃었다.

그리고 왜인지 모를 자신감이 마구 생겨났다.


예전의 나 같았으면 우울해있었을 텐데,

이상하게 우울하지만은 않았다.

의심하던 일에 확답을 받은 느낌이라 오히려 시원하기도 했달까.




처음에는 정리해고를 '당했다'라고 수동적으로 말했던 나지만,

이제는 정리해고를 '겪었다'라고 말한다.

참, 단어 하나일 뿐인데 수동과 능동을 만들어내는 내가 기특했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오래된 나의 이력서를 다시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전에 연락을 했었던 헤드헌터에게 연락도 해보고,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소매점 아르바이트에도 지원도 해봤다.


물론 정규직 자리를 찾아서 이력서를 넣고 있기도 하다.


캐나다에서 아무런 경력이 없었던 작년보다, 1년 조금 넘게 패션 디자이너 경력이 있는 게 회신율이 훨씬 높았다. 정리해고 소식을 들은 당일 이력서를 넣었던 곳(캐나다 대표 의류 업계)에서 회신을 해줬고, 본 면접 전에 하는 스크리닝을 마쳤다.


본 면접까지 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동시에 계속해서 지원하고 또 지원하는 중. 내가 잘하는 건 그거니까.




동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또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글이라도 써야겠다 싶어서 내 정리해고 일상을 담아야겠다는 생각과, 네이버 블로그는 물론, 또 한국어 튜터까지 해볼 생각이다.


오히려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정리해고를 겪으면서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고,

평생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이 드는 계기가 되었달까.


사람은 평생 자기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는데 정리해고로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또 싸게 얻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400만 원이 조금 넘는 퇴직금과 이번주에 들어오는 나의 마지막 2 주급.

달가운 상황은 아니지만 절망적이지도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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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험들도, 이 추억들도 다 감사하고 좋지만 내가 가장 좋다고 느끼는 것은 절망하지 않기로 한 나의 선택이다.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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