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면접 보기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캐나다 토론토의 살인적인 렌트비를 위해서,
캐나다 토론토의 엄청난 물가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이럴 시간이 없다.
예전처럼 감상에 젖어서 내 연민에 빠질 시간이 없다.
곧 겨울이 성큼 다가올 토론토를 대비해서 겨울 옷도 정리해야 하고,
밀렸던 빨래도, 청소도 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서는 운동도 해야 하고,
입맛도 딱히 없는 것 같지만 내 삶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밥도 꾸역꾸역 먹어줘야 한다.
정리해고를 듣는 날 바로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했다.
캐나다는 워낙 답이 늦게 오고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무작정 많이 돌려야 한다.
운이 좋게도 몇 군데에서 폰 스크리닝(본격 면접 전 자격요건을 맞췄는지 알아보기 위한 간단한 프리 면접)을 볼 수 있게 되었고, 그중 한 군데는 지금 회사와는 다르게 매우 큰 회사다.
아마 캐나다(토론토)를 대표하는 의류 브랜드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단하게 보는 면접이라고 했지만, 생각보다 깊은 면접 질문에 놀랐다.
'한국에서 학사 학위가 있는데, 이 과의 커리큘럼은 뭐야?'
'그렇다면 한국 대학교와 캐나다 컬리지는 뭐가 달라?'
'네가 지금 쓰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해 줄래?'
'옷의 construction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하고 있어?'
'디자인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말해줄래?'
'시즌별 컬러는 어떻게 정하고 있어?'
등의 엄청난 양의 질문을 받고 20분가량일 거라는 인터뷰는 30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우리의 연봉은 어느 정도가 될 것이고..'
'월요일과 금요일은 집에서 일을 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고..'
'베네핏은 어떻고..'
.
.
.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니?'
사실 이 스크리닝 결과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고작 폰 스크리닝일 뿐인데 일주일 넘게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걸 보면 지원자가 꽤나 많은 듯.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 150명이 넘었으니,
폰 스크리닝을 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중이다.
(실제로 나에게 연락을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인맥으로 인한 채용이 한국에서보다 심하다.
그래서 인맥이 없는 나로서는 정말 다시 맨땅에서 헤딩하는 꼴이다.
아, 영어로 면접은 정말 쉽지 않지만 그래도 더 많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른으로 사는 건 왜 이렇게 재밌다가도 어려운 걸까~
근데 참 웃겨, 겁쟁이 주제에 좌절스럽지만은 않은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