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곳은 떨어지고 가기 싫은 곳은 붙고

이건 인생의 법칙인가요?

by Sean

인생이 호락호락할까 싶으면 호락호락하지 않는걸 보여주는 것이 정해진 법칙인 마냥 나에게 패배감을 안겨주었다. 캐나다에서는 한 달 안에 일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길래 내가 그걸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것도 꽤나 업그레이드 된 곳으로. 하지만 역시나 인생은 내 마음대로, 내가 꿈꾸는대로 한 번에 되는 건 쉽지 않은 일인가보다. 공교롭게도 정리해고 당한 사무실 윗층(집에서 400m 떨어진 곳)에서 Product Developer를 구한다는 구인 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했다. 쓰여져 있는 연봉이 엥?하다 싶을 정도로 낮았지만, 종종 연봉 업데이트를 해놓지 않은 회사들이 있기 때문에 가서 면접을 보기로 했다.


대기업 면접과 이 곳의 면접은 동시에 진행되었고, 두 회사 모두 3차까지 있었다. 이 회사는 패션 회사는 아니지만 고객이 정부라는 점에서 매우 안정적인 회사였다. 경찰복이나 소방관 복 등 일반 패션 회사에서 하지 않는 것들을 다루고 있었기에 재미는 없을 것 같지만, 경력 쌓기에는 매우 좋을 것 같았기에 면접이라도 보자 싶었다. 1차 면접은 인사팀과의 면접이었지만 이상하다 싶을 만큼 그냥 수다를 떠는 수준이었고,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 후, 담당자랑 2차 면접을 보자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담당자에게 전화가 와서 면접 날짜를 잡았지만, 대기업 면접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싶었기에 그 다음주로 미룬 후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내가 입사한다면 상사가 될 그녀는 페루에서 온 이민자였고, 나에게 간단한 것들을 물어본 후 바로 경찰복 우비와 빈 종이, 연필을 주고 1시간 동안 경찰복 우비의 치수를 모두 재라고 했다. 사실 어떠한 가이드도 주지 않았기에 경력이 없는 사람이었으면 엄청나게 헤맸을거라고 생각을 하며 모든 수치를 꼼꼼히 재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틀의 시간을 주었고, 나는 테크니컬 팩(TP)을 만들어서 보내야했다. 액셀을 주로 쓴다고 했기에 액셀에 내가 만들어둔 일러스트 파일을 첨부해서 보냈고, 혹시 몰라 엑셀 원본 파일, PDF파일, 그리고 일러스트 파일까지 깔끔하게 함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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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다음주, 그녀는 나와 마지막 면접을 보고 싶다고 했고, 그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도 만났다. 사장님은 인상이 매우 좋아보이셨고, 자기 회사는 정말 안정적인 회사라는 것을 계속 강조하셨다. 2025년이면 80년이 된다는 그는, 내가 정리해고 당한 회사를 은연중에 돌려까기 시작했다. 또, 이상하다 싶을 만큼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중국인 아니면 남미 쪽 사람으로 모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만 있었다. 연봉이 어떻게 되냐는 나의 물음에 터무니 없이 낮은 연봉을 제시했고, 그렇게 점점 늘려가는거라고 말하던 그. 일단 나의 입사가 확정이 아니었기에 더 질문있냐는 말에 없다고 하고 나왔다.


두어시간이 흐른 후 그에게 전화가 왔고, 최종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험은 없고, 다른 복지도 없었다. 원래 제시했던 연봉보다 200만 원 정도 더 준다고 했지만, 내가 원래 받던 연봉보다 1200만 원이나 낮았고, 근무 시간도 아침 8시반부터 5시까지 8시간 반을 일해야했다. 그 중 30분은 점심시간일터이니, 8시간을 풀로 꽉 채워서 일하라는 나쁜 심보였다. 내가 일을 해야하는 건 급한 일이 맞지만 이게 맞나 싶어서 그에게 전화를 걸어 연봉이 너무 낮아서 안될 것 같다고 정중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얼마를 주면 이 오퍼를 수락할거냐는 말에 200만 원 더 주겠다고 하는 연봉에 700만 원을 더 불렀다. 30분 안에 자신의 팀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 끊었다.


30분 뒤에 전화가 와서는 나에게 그 연봉을 주겠다고 했다. 그럼 본인도 처음 제시한 연봉이 말이 안되는 연봉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거 아닐까? 그리고 나를 그 돈을 주고서 데려가고 싶다는 말이군, 하는 마음에 내심 기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가까이 산다는 이유로 근무 시간 외에 나를 불러낼 것 같고, 법으로 정해진 8시간 근무를 하면 1시간은 쉬어야하는 룰은 없어 보였다. 더군다나 아무런 복지, 보험도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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