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의 알

집냄새

악어새 책방 둥지의 문장들

by 효진씨

어떤 집이든 그 집의 냄새가 있다.

상하이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직원 숙소에는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직원이 함께 살았다. 우리는 아침에 함께 일어나 준비를 하고 같은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같은 점심 도시락을 먹고 다시 같은 택시를 타고 퇴근해 같은 저녁을 먹었다.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올 때는 우리는 한 가족처럼 냄새를 느끼지 못하는 거실로 들어간다. 하지만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면 거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각자의 냄새가 났다. 언니의 방에서는 언니네 집 냄새가, 친구의 방에서는 친구네 집 냄새가 났다. 하나의 세탁기에 돌아가 옷이었어도 빨래에 코를 대고 있으면 희미하게 각자의 냄새가 났다. 그러니 집 냄새는 같은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냄새는 아니다.


그리고 지금은 같은 냄새가 나는 사람들과 살고 있다. 직원 숙소 시절과 달리 빨래까지 같은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우리는 확실히 가족이다. 물론 아이의 냄새는 조금 더 고소하고 남편의 냄새는 조금 더 쿰쿰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같은 냄새가 난다. 이불을 깔고 나는 아이의 냄새를 킁킁 거린다. 어떤 날은 목덜미를 어떤 날은 엉덩이를 어떤 날은 정수리를 킁킁거리다. 그렇게 킁킁 거리는 나를 보며 남편은 개 마냥 냄새를 맡는다고 놀려댄다. 그러면 아이는 경쟁하듯 나를 킁킁 거린다. ‘음...엄마냄새..’ 나를 행복하게 하는 한마디. 엄마냄새.


나도 엄마냄새를 참 좋아한다.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거나 남자친구와 싸운 날이면 나는 엄마냄새를 맡았다. 껴안아 달라는 말이 쑥스러워 나는 엄마가 덮고 자는 이불이 더 좋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엄마 이불과 내 이불을 바꿔서 들고 와 내 침대에 깔아 두고 그 안에 들어가 냄새를 맡았다. 엄마의 냄새는 우리 집 냄새였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고 내 일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2주에 한 번은 가던 친정을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가기 시작할 즈음. 친정 현관을 열고 들어가다 집 냄새를 맡았다. 내가 이곳에 살 때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집 냄새. 친구의 집에 놀러 갔을 때 느꼈던 그 생경한 냄새가 엄마 집 현관에서 나고 있었다. 엄마와 아빠 집의 냄새. 나는 이제 다른 냄새가 나는 다른 집 사람이 되어버렸다.


긴 여행이든 짧은 나들이든 나와 아이는 현관문을 열면서 “아. 우리 집 냄새. 역시 집이 최고야.”라고 말한다. 아직은 나와 아이도 같은 냄새가 나는 사이다. 그리고 언젠가 녀석에게도 다른 집 냄새가 나게 될 거다. 하지만 빨아도 빨아도 희미하게 남아있는 집 냄새처럼 내 안에 어딘 가엔 엄마 집 냄새가. 그리고 아이에게는 우리 집 냄새가 남아있겠지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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