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by 문윤범


서울과, 그리고 경기도마저 살 곳 없어질 정도가 되면 사람들은 충청도로 강원도로 떠나게 될 것이다. 삼척의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봄날은 간다' 영화 속 풍경들이 참 편안하고 좋았다. 동해시의 삼본아파트도 나오며, 정선 같은 지역도 영화 속 배경이 되었다. 봄날은 간다를 본 뒤 삼척과 동해시를 여행했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 도시들도 이제 모두 변해있을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내가 갔을 때는 아직 많이 변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때가 15년도 더 넘었으니 그땐 그래도 변한 것이 별로 없었다. 영화 속 풍경 그대로였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까. 서울로 떠나지 못한 사람들은 그저 정붙이고 살아야 할 곳이었을까.


"라면.. 먹을래요?"


강화순 할머니가 차려준 따뜻한 밥상과는 다르게 이영애가 유지태에게 권한 한 끼는 라면이었다. 사랑도 점점 인스턴트화되어갔던 걸까.


"할아버지 돌아가셨어요."

"이제 여기 없어요 할머니. 이제 정신 좀 차리세요! 이제 정신 좀 차리세요!!"


그 시절은 돌아오지 않는다. 앨범 속 사진처럼 여전히 봄날에 머무를 뿐.


계절은 바뀐다. 그럼에도 다른 봄이 오고 그 봄은 다시 간다. 또 다른 봄이 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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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밭이 있는 삼척의 그 집이 예뻐 그곳을 찾았을 때 난 강화순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유지태와 이영애에게 고봉밥을 퍼줬던 그 할머니를 말이다. 마침 앞마당에 계셔 조심스럽게 인사를 드렸다.


"혹시, 영화에 나오셨던 할머니 아니세요?"


할머니는 웃으며 반가워했다. 그리고 그때의 일을 추억처럼 이야기했다. 영애랑 사진도 찍고 했는데 홍수가 나서 다 떠내려갔다는 말을 하던 할머니. 사진도 한 장 찍었다. 하지만 데이터 홍수의 시대에 지금은 그 사진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을 수 없다. 할머니가 지난해 여름 작고하셨다는 기사도 읽게 되었다.


신흥사도 들렀다. 강원도의 겨울 바람은 칼처럼 날카로웠다. 하지만 텅 빈 버스에라도 오르면 따뜻했다.


"사진 찍으로 오셨어요?"


손님이 하나뿐인 버스에서 기사님은 내가 궁금했나 보다. 난 부산에서 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난 기사님 뒷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혼자 여행 오면 어쩌냐고, 여자친구랑 같이 와야지 했던 아저씨의 그 말이 생각난다. 나중에 여자친구 생기면 같이 오려고 사전답사 온 겁니다 말하려다 소심해서 그만.


소심한데 어떻게 그렇게 친근하게 대화도 주고 받았는지 모르겠다. 그곳에서는 가능했다. 그 시절에는 가능한 일이었다. 내겐 그 겨울이 마치 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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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2001/ 허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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