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륙은 내게 꿈과도 같은 곳이다. 오늘은 코펜하겐, 내일은 헬싱키 또는 오슬로. 이탈리아의 모든 도시를 돌아보는 것은 너무도 긴 여정일 테지만 흥분되는 상상이다. 길바닥에 큰 개들이 누워 있다는 이스탄불에서 점심마다 케밥집 가기. 런던은 이제 잊은 걸까. 요즘은 쾰른에서의 하루를 그리는 중.
음악만 들으면 떠날 수 있을 듯하고, 새로운 옷 하나만 걸쳐봐도 어디로든 여행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때론 비극적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접하고 난 뒤 크게 동요한다. 언젠가 키이우를 갈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때 사진 속 사람들의 얼굴은 미소 짓고 있을까.
나는 매일 밤 유튜브 영상 속에 있다. 빵집을 찾은 여행객, 카페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여행자. 그리고 저녁 마트에 들러 고기를 사고 물과 맥주 두 병을 집어 드는 자. 현실적인 것이라면 건전지가 필요해 그것을 찾는다거나 뜻하지 않게 낯선 과자에 호기심이 생겨 오랜 시간 그 앞에 머무르며 갈등하는 일. 잠만 잘 수 있으면 괜찮을 거라 했지만 시끄러운 환경 속에 점차 불만이 쌓여가고, 좁은 방이 생각보다 불편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지 모른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 영화 같은 순간을 꿈꾸며 떠났건만 현실에 치여 이리저리 구르다 어느 순간 마주치게 된 운명 같은 인연들. 멀고 먼 길을 돌아 도착한 목적지. 그곳은 다시 기차역일지도.
우린 나란히 앉았고,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됐다. 내 고향의 이야기를 했을 때 그녀는 믿을 수 없어 했고, 그곳에서 힘들었던 시간들을 말할 때 그녀는 같이 슬퍼했다. 그녀에게도 슬픈 일이 있었을까. 한 시간 동안 내 이야기만 했다.
자신이 호주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난 신경 쓰였다. 이미 한국인을 잘 아는 사람은 아닐까. 중국과 일본에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미국 문화를 동경하며. 너는 조금 다른 것 같다는 말에 안도한다. 그녀는 인도에서 온 여자였다.
파키스탄과의 금 간 우정을 걱정하기에는 우리 역시 반으로 갈라진 처지여서 별로 해줄 말이 없다. 카레가 주식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인도로 가자고 할까 봐.
일본에서 여행 온 남자를 만났다. 어제 만난 인도 여자에게 당신 나라 이야기를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미소 짓는다. 우리 사이는 멀지만 우리는 지금 가까운 곳에 있다. 야구 이야기만 해도 한 시간은 가겠다. 당신은 한국인들이 스시를 좋아하는 것에 흐뭇해하면서도 이상하다 생각할지 모른다. 사실은 여전히 불고기가 최고일지 몰라.
한국 사람을 마주치면 아는 체하지 않고 지나간다.
유럽 대륙은 이제 지난날의 꿈이 되어버렸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들, 다시 홀로였던 순간들. 그들은 나를 기억할까. 지나가는 KIA차를 보며 나를 떠올릴까. 그때의 추억은 이제 돌아오지 못할 곳에 있어 안부조차 물을 수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