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의 밤

by 문윤범


육교 위로 올라가면 도로를 내려다볼 수 있으니까. 용산의 밤. 편의점에서 빵과 딸기 우유로 허기를 채우던 20대의 어느 날. 그렇게 밤의 여행이 시작됐다. 이태원에 도착해서 순대국을 흡입했지만.


이젠 육교라는 상상도 모두 철거되어 가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왜 진작 걸어다니는 사람이 우선일 수 없었는가. 도시의 교통 정체가 극심해진 건 횡단보도가 많아진 것 역시 하나의 이유일지 모른다. 밤의 서울은, 호텔 클럽 앞에는 쭈그려 앉은 자들이 담배 연기를 피어 올리며 있었고, 그리고 이어진 언덕길을 오른다. 늦은 시각에 통닭 한 마리 튀겨가던 백인 여성을 보며 난 다른 눈이 되었다. 그렇다. 이 도시의 치안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핸드폰을 도둑 맞을 염려 없고, 그러나 어딘가에 놓아두고 오면 영영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다른 눈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잃어갈 뿐. 세상을 바라보던 그 따뜻했던 시선을. 애초에 그런 마음이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나는 밤에 있다. 도로 위에 내 오후를 버렸고, 눈을 뜨니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던 건지 몰랐다. 부산을 떠난지 네 시간, 그리고 다섯 시간. 반포대교로 가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그때가 처음이었던 듯하다. 한강 다리 위를 걷는 일이 말이다. 쓸쓸한 공연장에 앉은 두 남녀가 보였고 맥주 냄새가 풍겨올 듯했다. 강물 위에 비치는 빨강과 노랑, 그리고 파랑은 조각났고 강 위의 길은 서빙고동으로 이어졌다. 서빙고, 한 번 듣고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다리 근육이 서서히 뭉쳐가는 것을 알아차릴 때 이것은 하나의 훈련이 된다. 여행은 늘 그랬다. 출발은 설렘이었으나 도중에는 고통이 되고, 돌아올 때 내 집은 아늑해져 있을 것이다. 탈출하고 싶다 말했을 텐데 말이다. 발이 편안하면 딴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직업을 구해야만 했다.

서울에서 정착하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왜 서울에 있는 회사들에 원서를 넣었는지 모르겠다. 그건 결국 여행이었다. 돌아오니 남은 건 사진과 기억들뿐이었다. 그리고 경험들. 나를 고용하려 했던 사람도, 내게 별 흥미 없던 사람도 모두 뿌리쳤다. 미쳤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몇 번을 오고 가며 일자리를 구했는데 내가 취직하게 된 곳은 결국 부산 근교의 고속도로 휴게소였다.

그 꿈을 잊지 못한다. 나만의 몽상에 젖어 그 밤을 몽환으로 꾸몄던 연출을. 내가 주인공이었고, 내 눈은 카메라였다. 고백한다. 내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나의 계획을. 그가 꾸었던 꿈을.

그는 해밀턴 호텔 간판을 보았고 술 취한 외국인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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