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라이트'

by 문윤범


'라라랜드'를 제치고 2017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가져간 영화는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


미국 흑인들의 삶을 다룬 영화를 여러 편 보았고 시대의 흐름도 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일에 주저함이 없지만 진정한 블랙의 삶을 다룬 영화가 있었는가 생각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아메리칸 갱스터'를 우연히 극장에서 보고 그날 새벽이 될 때까지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미국에서 온 흑인 친구와 함께 감상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문라이트'가 그 영화보다 더 뛰어난 영화일까. 나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각자의 색깔이 있다고 말하기에는 연기자들이 가진 파워에서도 차이가 난다. 미학적으로도 우위에 서기 힘들다. 하지만 분위기 있는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갱스터가 아니어도 말이다. 힙합이 아니어도 재즈가 아니어도 색깔이 있는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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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기의 방황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다. 마이애미를 내가 사는 곳 부산으로 생각하면 감정이입하기도 편하다. 따뜻하기도 하면서 매우 현실적인 묘사들에 차가워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난 힙합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한 편 써보고 싶다. 흑인에 대해 얼마만큼 알며 그들의 삶을 얼마만큼 이해하는지를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힙합이라는 문화에 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문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큰 관심을 가질 만한 음악 장르다. 물론 문학과 힙합의 가장 큰 차이는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의 차이일지 모른다. 좋은 비트가 필요하다는 것과 좋은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쓰는 것과 말하는 것의 차이도 있다.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공통점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리틀이 샤이론이 되고 블랙이 되는 과정에서, 어린아이에서 청소년, 그리고 어른이 되어 있는 시점에서도 기댈 어깨를 찾는다는 게 무척 슬퍼 보였다. 물론 인종적으로 다른 것이 감정이입을 조금이라도 방해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눈물 흘리지는 않았다. 게이들의 사랑 이야기도 더 이상 흥미롭지 않다. 하지만 일생을 인생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내겐 대단히 특별한 영화는 아니었다. 단지 한 편의 멋진 시 같다 느꼈다. 라라랜드를 감동적인 소설에 비유한다면 말이다.


마허샬라 알리가 덴젤 워싱턴이나 포레스트 휘태커 같은 배우들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어쩌면 흑백의 경계를 넘어 우뚝 설 배우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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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light, 2016/ Barry Jenk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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