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디어'

by 문윤범


이 영화는 카메라를 통해 각각의 장면을 건축하고 있었다. 아주 근사하고 고급스러웠다. 지금껏 사진 영상 등을 통해 본 미국의 건축물들은 내 눈에는 별 볼 일 없었다. 하지만 이 그리스인 감독이 만든 영화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됐다. 평범한 집도, 지극히도 평범한 병원 건물과 실내 구조도 카메라의 움직임만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어찌보면 촬영, 그리고 음악이 조금 작위적이기도 하다. 그걸 스릴러의 한 요소로 보면 작위적이다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고양이 등의 감각처럼 눈을 통해 이 영화를 감상하면 조금 다를 수 있다.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인간이 사는 세상을 바깥에서 보기 위한 목적도 있다. '킬링 디어'는 대부분 오하이오주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곳이 강원도든 함경북도든 주인공이 일본 배우이든 카메라에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중요하다. 그리스 비극을 모티프로 했다는 것도 어느 한국 영화를 통해 이야기된 적이 있어 더 이상 흥미롭지 않았다. 그리스인들은 고대의 건축물들을 바라보며 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 영화를 통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궁금해한 적 없는 그리스인들의 머릿속이다.

미국 영화라 하면 떠올려지는 이미지들이 있지만 그것을 완전히 배신하는 영화였다. 그렇다고 유럽 영화 분위기라 말하기도 좀 그렇다. 그리스에는 가본 적이 없다. 요르고스 란티모스라는 감독을 만나게 된 작품이었다.

콜린 파렐은 내게 잊혀진 배우였다. 하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됐다. 니콜 키드먼은 미국 영화사에서 빠질 수 없는 배우 중 하나일지 모른다. 그리고 베리 케오간 등의 비교적 젊은 배우들이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해낸다. 보다 풍부한 무언가를 느끼고 싶어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불만일 수 있다. 배역 수가 매우 적고 이야기가 몇몇 인물들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취향에 따라서는 큰 몰입감을 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나는 오랜만에 영화를 멈추지 않고 숨죽인 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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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를 한 편 꼽으라면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의 1981년작 '포제션'을 말할지도 모른다. 그건 언제나 바뀌는 것 같지만 최근 몇 년 정도는 그랬다. 이 영화가 포제션과 닮은 점이 있다면 단연코 카메라 워킹이다. 무척 신선하고 독창적이었다. 결코 새로운 창조가 아닌. 신화적 이야기도 아닌 그저 인간 심리를 건축학적으로 묘사한. 감독의 구상이 세밀하게 설계돼 있다는 것을 직잠할 수 있었다.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2017/ Yorgos Lanthi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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