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by 문윤범


배우 김민희를 다시 태어나게 한 두 글자였다. 화차.


movie_image (75).jpg


뜻하지 않게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킬링 디어' 같은 영화를 보게 됐다. 동시에 대중들에게도 만족도를 줄 수 있는 영화다. 특히 우리나라 관람객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이 있고 그러면서도 예술적인 무언가를 추구하는 지점이 있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이 힘들다. 하나는 직업의식을 흔들 수 있고 또 하나는 직업을 이어가지 못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재명 지지자 변영주 감독의 작품이다. 위안부 피해여성 다큐멘터리를 찍은 적 있는 그가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만든 영화다. 네이버에 화차 두 글자를 입력하고 딱 나오는 얼굴이 조국 전 장관이어서 깜짝 놀랐다. 내가 싫어하는 얼굴들이 자꾸 안을 보지 못하게 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스스로 철조망을 세워두고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말하는 것은 아니었나. 사전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영화를 보면 좋으련만 그게 잘되지 않는다. 제목과 포스터에 만족하지 못해서 그런 것도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는 것일까.

변영주 감독은 독립영화 쪽에서 인정을 받은 감독이었다는데 상업영화로는 잘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 영화를 찍을 때에도 투자를 많이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희준, 박해준, 김민재, 진선규 네 명의 배우도 주연 이선균 배우가 감독에게 추천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당시에는 모두 무명이었고 지금은 잘됐으니 지금 이 영화를 보는 나는 호화캐스팅의 영화를 본 것이다.

감독의 공포를 설치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원작의 줄거리 자체가 흥미롭지만 촬영과 음악에서도 돋보였다. 김민희라는 배우의 연기도 오래도록 기억될만한 것이었다. 그 모든 것이 감독의 설계가 밑바탕이 된다고 볼 때 변영주 감독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그 감독의 영화를 아예 본 적이 없었다.

이 영화의 평점은 관람객들의 그것이 평론가들의 그것보다 더 설득력 있을지 모른다. 6점대 영화는 절대로 아닌 것 같았다. 이번에는 평론가들이 졌다.


movie_image (76).jpg


이 영화를 보면서 검찰개혁에 대해 또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그랬다. 동물 병원 직원도 마치 국정원처럼 수사하는데 경찰이라고 하지 못할까. 그런 생각이 들 뿐이었다. 의식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할지 모른다. 검찰이 왜 엘리트 집단으로 불리고 불려왔는가. 그만큼 어려운 관문들을 통과해왔고 강한 직업의식을 가졌기에 그런 것일지 모른다. 그러한 의식을 경찰에게 조금 더 나눠주고 심어주자는 것이었다. 지금의 검찰이 희생양이 돼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감당하기 힘들다 생각되는 것은 단지 그들이 가지게 될 원망 혹은 복수심일 것이다.

배우 김민희의 얼굴에서 배리 케오간의 분위기를 느낄 때 소름 끼침을 느꼈다. 아니, 어쩌면 그전부터 소름은 생성되는 과정을 거쳐왔던 것인지 모른다. 영화란 그렇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팀이 되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할 테다. 그곳이 촬영장이든 수사 현장이든, 혹은 흔한 도시의 길바닥 위든 말이다. 평범한 공간, 장소들도 감독을 비롯한 사람들의 노력으로 멋진 로케이션이 되어 있는 것을 봤다.


movie_image (77).jpg


화차, 2012/ 변영주

keyword
작가의 이전글soig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