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타'

by 문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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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 t'appelles Rosetta... Je m'appelle Rosetta...
Tu as trouvé un travail... J'ai trouvé un travail...
Tu as trouvé un ami... J'ai trouvé un ami...
Tu as une vie normale... J'ai une vie normale...
Tu ne tomberas pas dans le trou... Je ne tomberai pas dans le trou...
Bonne nuit... Bonne nuit...


네 이름은 로제타... 내 이름은 로제타...

넌 일자리를 구했어... 난 일자리를 구했어...

넌 친구를 얻었어... 난 친구를 얻었어...

네 삶은 정상이야... 내 삶은 정상이야...

넌 구렁텅이로 빠지지 않을꺼야... 난 구렁텅이로 빠지지 않을꺼야...

잘자... 잘자...


격한 몸 동작을 짓는 로제타, 일자리를 잃고 온갖 생떼를 다 쓰고 나와 또 거칠게 집으로 뛰어가는 로제타. 영화 '로제타'의 도입부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씬 만큼이나 숨막힌다. 주인공의 뒤를 따라 그냥 들고 뛰는 카메라는 그녀의 거친 감정을 그대로 담아낸다. 노르망디 바다를 배경으로 팔이 짤려 나가고 죽어가며 엄마를 외치고 총을 쏘고 폭탄을 터뜨리지 않아도, 심지어 어떤 음악 하나 깔아놓지 않았지만 그녀를 맴도는 긴장감은 그 뒤를 아무 말 없이 따라 걷게 만든다. 18살의 그녀는 알코올중독 엄마와 단 둘이 이동식 트레일러에 산다. 로제타가 헌옷을 주워 오면 엄마가 수선을 하고 그걸 로제타가 다시 내다 판다. 그렇게 얻은 푼돈으로 벨기에 영화 아니랄까봐 와플 하나 사먹는 로제타.
와플 판매원 자리에 집착스런 눈빛을 버리지 못하고, 돈을 챙겨가는 사장을 쫓아가 일자리 없냐고 그냥 들이민다. 이력서, 면접.. 그녀에게 그런 건 없다. 기어이 와플 반죽하는 일자리를 구하게 되지만 그마저도 며칠 만에 잘리곤 가루 포대를 끌어안고 바닥에 퍼질러져 악을 쓰는 로제타. 그녀는 그 일자리 하나라면 새롭게 사귄 유일한 친구마져도 버리고, 죄책감이 들까 그 저돌적인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녀에게 이성, 양심은 없다. 삶은 계란 하나 먹을 수 있는 돈이라면, 알코올중독에 빠진 엄마를 끌고 와 침대에 눕혀놓고 계란을 씹어먹듯 먹으며 제 침대에 누울 수만 있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로제타의 튼튼한 두 다리와 그것을 움직이는 걸음걸이가 시선을 붙잡았다. 이성, 양심 다 팔아먹고 힘들게 꿰찬 와플 판매원 자리. 사람이라기보다는 동물 같았던 행동과 말투를 버리게 하고 맥도날드 직원만큼이나 능숙한 merci 를 구사하게 만든 그 자리이지만, 도대체 무슨 개념인지 계란 하나 냄비에 물 받아 올려놓고 전화카드 가지고 가서 사장에게 전화해 내일부터 일 안 가겠다며 통보하고 스스로 놓아버린다.
무거운 가스통을 악으로 깡으로 들고 가 교환하고 새걸 받아 다시 돌아올 땐 전 판매원이었던, 그리고 유일한 친구였던 리케가 오토바이를 타고 와 그녀 주위에서 으르렁 거린다. 돌을 던져 내쫒아 보지만 다시 돌아와 으르렁 거리는 리케의 오토바이 소리에, 그리고 가스통의 무게에 로제타는, 결국 튼튼하기만 했던 그 두 다리마저 힘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그녀는 가스통을 부여잡고 운다. 평범한 삶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외면했던 로제타. 여성스런 구석이라곤 찾을 수가 없는 그녀가 단 한 번도 밉지 않았던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영화 속 주인공이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거침없는 그녀의 뒤를 더욱 거침없이 쫒아간 이 영화는 벨기에 청소년 노동보호법을 개정하고 일명 로제타 법안을 청소년들에게 적용시키게 만든 특별한 영화다.


Rosetta, 1999/ Jean-Pierre Dardenne ,Luc Darde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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