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중심에 있는가

by 문윤범
movie_image (85).jpg 헤어질 결심, 2022


'헤어질 결심'의 주연을 맡은 탕웨이의 고향은 항저우라고 한다. 헤어질 결심 영화를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담백하고도 품위 있는 이라고 했나? 아무튼 자신의 고향 항저우 비슷한 분위기라고 했다. 항저우는 중국에서도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는 곳으로 알려졌다.


기억하는 것은 내 10대에서 20대 즈음에 왕가위의 영화가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이야기 되었는데 그때 나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중국 문화에 대한 동경이 없었다고 할까. 그러면서도 맨날 찾는 것이 중국집 음식이었다. '화영연화'같은 멋진 영화도 개봉하고 10년이 훨씬 지난 후에야 봤다. 특히 1994년에 공개된 '중경삼림'이라는 영화는 한국 영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정말 좋아했던 '비트'나 '태양은 없다' 같은 영화들이 그렇지 않았나. 교복이라는 규율, 혹은 시대 유행으로부터의 보호라는 방호복을 벗었을 때 나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본격 멜로를 꿈꿨다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찾아온 것이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였다.


movie_image (87).jpg 봄날은 간다, 2001


그 영화는 약간 일본 영화의 느낌이 있었다. 이영애가 유지태에게 안기는 장면에서 꺾인 목이 마치 '러브레터'의 표지 속 주인공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머리 스타일도 조금은 그녀를 떠올렸다. 하지만 다른 어느 곳도 아닌 강원도에서 촬영된 매우 한국적인 영화였다. 또한 '호우시절'은 허진호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그리고 박찬욱 영화는 오랜만에 멜로로 돌아왔다. 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 말이다. 바로 전 작품인 '리틀 드러머 걸'도 멜로의 색채가 강했고, '아가씨'는 여성들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 이야기이지도 않았는가. '박쥐',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그리고 '공동경비구역 JSA와 '달은 해가 꾸는 꿈'까지...


사람들은 대부분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 듣기를 좋아하지 않는가. 탕웨이 하면 '색, 계'다. 난 그저 야한 영화쯤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주인공이 가진 비중이 큰 영화였고 양조위와의 열연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탕웨이는 머지 않은 미래에 자신의 남편이 될 사람 김태용이 감독한 영화에도 출연하게 된다. 그 영화는 한국 영화에 어떠한 경각심을 주기도 했다. 덕분에 '화차'의 김민희가 탄생했던 건지도 모를 일이다. 여배우들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은 더욱 새로운 무언가를 원하고 갈망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늘 중국과 일본의 영향, 반대로 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면서 살아간다. 나는 보다 어린 나이에 일본을 동경했었고 우리도 조금 달라지기를 원했다. 그리고 지금 나이에 중국의 문화에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 내 두 발이 육화탑 앞에 놓이고 고개는 뒤로 꺾여 그것을 올려다보는 상상을 한다.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는 중국을 의미했나. 벚꽃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여자 은수, 이영애는 일본을 상징한 것이었나. 개연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그냥 혼자 잡아보는 구도다. 그들 사이의 사랑은 어떻게나 그렇게 항상 혼란스러운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재밌어하지 않을까. 늘 우리가 가운데에 있는, 그리고 그것이 슬프거나 허무한 것이 흥미로운 이야기이지 않았는가.


movie_image (86).jpg 봄날은 간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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