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 유명한 페미니스트인가

by 문윤범


여성을 내세우며 자신이 페미니스트라 말하는 사람들이 오직 여자뿐인 것은 아니었다. 영화에서도 언젠가부터 여자 주인공의 이름을 남자 주인공의 이름 앞에 두고는 했다. 레이디 퍼스트라는 말조차 우리에겐 너무 당연해진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도 여자를 먼저 들여보내고 내게도 그러한 습관이 생겨버렸다. 그리고 먼저 앉게 한다. 먼저 도망가게 하고 피하도록 한다. 마지막에 홀로 남아 겁에 질려 있을 나를 지켜주는 것은 누군가.

내게 아내가 있고 딸이 있다면 나는 그들에게 싸움을 맡길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 문화를 받아들였다. 그런 습관이 몸에 배도록 그대로 놔두었다. 그랬더니 여자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대로 두면 안 됐다.

나는 언젠가 그러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적이 있다.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칭하며 과격하게 행동하는 자들은 되려 남성을 보호하기 위한 자들이라고. 여성의 권리라는 명목으로 힘을 과시한 세력들을 견제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그 여성의 권리란 보호받는 것이었고 또 존중받는 것이었다. 갸냘픈 몸이 유리할지도, 우월한 미모를 가지는 것은 상징적인 것일지도 몰랐다. 하얀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여자와 그의 손을 잡고 걷는 남자.

그녀 아버지의 손에서 내 손으로 넘어온 그 여자의 손. 사람들은 그 순간을 보며 슬퍼할지 모른다.

어머니는 눈물 흘린다. 그 순간 남자의 어머니는 어떤 심정일까. 아파할지도 모른다. 나는 결혼식을 부정하지 않고 싫어하지 않는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이 더 이상 두려운 것이 아니기 위해 혼자 있는 습관을 들이도록 했다. 혼자 있기 위해 애썼다. 그럼에도 돌아와야 할 곳은 집이었고 내 나라였다. 다시 떠나야만 한다. 혼자 있는 것은 두렵다. 그러나 깨달은 것은 혼자 있을 때 누구보다 자유로워진다는 것이었다.

내 안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목격한다. 혼자 있다 보니 스스로를 반으로 나누는 내 모습을 보았다. 나는 왜 그토록 내 안의 여성성을 외면했던가. 여전히 더 강한 남성성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여성성은 이 나라에서 이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했고 존중받지 못했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했다. 남자로 살면서는 전기를 만지지 못하고 고장 난 물건들을 고치지 못할 때 무엇 때문인지 죄책감을 느끼며 살았다. 그 와중에 밥 잘하는 여자가 매력적인 것이라는 환상도 가졌다. 나는 20대가 되고 서른이 되어 내가 요리나 설거지에 어느 정도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건 이제 당연한 것이 되어 있었다.

나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말하며 여성을 앞세우는 어느 남자에 대한 불만이 있다. 그는 자신의 여성성을 인정받기 위해 그러는 것일까. 버락 오바마에게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여자들이 더 돋보이는 것도 좋다. 남자들이 뒤에 있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말할 용기는 없다. 그것을 이해시킬 자신이 없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시도했다. 나는 호르몬적 페미니즘에는 깊은 관심이 있지만 외형적 페미니스트에는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로미오는 정말 줄리엣을 사랑했을까라는 질문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로미오는 정말 줄리엣을 사랑했을까'. 찾아보니 저자 김태형의 교양 심리책이었다. 내게는 그것이 신선한 물음으로 남았던 것 같다. 나는 않는다고 대답했다. 나는 부정한다.

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에 주목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나라 이탈리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 것도 아니었다. 세익스피어의 조국 영국조차도. 그저 내 책이 보잘것없는 것으로 취급될까 두려웠던 것이다. 보잘것없는 것들을 사랑한다던 그 말이 모두 거짓인 것처럼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건 남자가 한 말일까 여자가 한 말일까.

그게 진짜 중요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버락 오바마와 친구가 되고 싶어 이러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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