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에 사는 여자를 봤을 때 난 곧바로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문을 열고 나오는 그녀의 모습을 봤다. 네모난 문이었다. 세모나게 지어진 집이었다. 빨간색이 보였다. 높은 나무들 사이에 있었다. 길이 없어 나는 길을 잃어 숲속 깊은 곳을 헤맸다. 처음 발을 들인 곳은 도로가 어딘가였고 어떠한 끌림을 느꼈다.
그녀에게는 좋은 음악들이 있었고 좋은 그림들이 있다. 라면을 좋아하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니 냉장고에서 여러 가지의 재료들을 끄집어냈다. 그녀의 집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있다. 그중에서 골라보라는 것이었다. 라면은 기본적으로 열을 나게 할 정도로 매운 라면이었는데 나는 버섯과 고춧잎을 고른다. 그릇이며, 인덕션과 각종 전자 제품들이 있는 그 집 안의 모습은 바깥의 풍경과는 너무도 달랐다. 처음 차를 멈춰 세운 곳은 어느 도로였다.
"왜 이런 곳에서 혼자 살아요?"
맥주를 마셨는데 단 맛이 났다. 나는 그 순간들이 달콤했다.
"죄를 지었거든요."
"그렇다고 이런 곳에서 혼자 살아요? 전기는 어떻게 끌어오죠? 차는 있어요? 여기 앞에는 보이지 않던데."
그녀는 명진중공업 회장의 딸이었고 그녀의 삶은 부족할 것 없었다. 직업도 없으며 누군가와 만날 약속도 하지 않는다. 한 번씩 멧돼지나 사슴을 마주칠 때를 빼면은.. 이라고 말한다.
"필요한 게 있으면 아빠 부하들이 가져다줘요."
그녀는 도대체 무슨 죄를 저질렀던 걸까. 어떠한 운명을 타고났길래 사냥도 채집도 하지 않으며 인간으로서 살아남는 것인가.
환상을 착각이라 말한다면 나는 지금 꿈을 꾸는 것이다. 그녀를 만났고 사랑에 빠졌다. 라면에 맥주를 마시고 있으며 곧 음악을 트는데 들어본 적 없는 멜로디와 연주였다. 자신의 할머니가 만든 음악이라고 했다.
사랑이 소문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나는 그녀와 만날 일 없었을 것이다. 누구도 나와 그녀의 관계를 예측하지 못했고 그 가능성조차 떠올리지 못했다. 벽 한편에 걸린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는데 죽은 삼촌이 그린 그림이라고 했다. 그녀가 만든 것은 없었다.
내가 찾은 사랑이었다. 내가 만든 유일한 길이다. 그러나 멈춰 걸어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시나리오를 쓴 것은 영화감독이었다. 아니면 TV 드라마였는지 모르겠다. 나는 소설을 읽지 않았으니까.
그 집을 떠날 때 난 그녀와 이별하기로 마음먹는다. 문을 닫고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을 더 이상 떠올리지 않을 것이다. 그 꽃은 버리기 위해 산 것이다. 그러니 잠깐 아름답다 말하고 잊어도 문제 없는 것이다. 그건 죄가 아니다.
"선물 받은 꽃을 버렸거든요."
다시는 그녀를 찾아가지 않을 것이다. 숲속의 그 집을 영원히 떠날 것이다. 그런 그녀가 미워서가 아니라, 그런 그녀에 분노한 것이 아니라. 나는 다시 차를 타고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