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는 아라비아 양식의 건물들이 들어선 도시다. 그곳의 풍경을 담은 사진 영상들을 보면서 아름답다 생각했다. 전쟁과 가난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외교와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해야 했던 한국인들이 있었다.
영화 '모가디슈'는 1987년부터 1991년까지 소말리아 한국 대사를 지낸 강신성 외교관과 당시 대사관 사람들이 겪은 이야기가 밑바탕이 된 작품이다. 또한 그곳에는 북한 대사관이 있었다. 영화 '공작'과 같이 남북한 사람들 간의 우정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영화다. 그러나 감독은 힘을 많이 뺀 듯했다. 그는 전작 '군함도'를 통해 많은 비판을 받았고, 똑같이 해외 로케이션으로 촬영된 영화였지만 '베를린' 또한 내게는 조금 아쉬움으로 남은 영화였다. 그건 누구의 영화도 아닌 류승완과 배우들의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베를린은 배우들을 떠올릴 수 있는 영화였지만 감독 류승완을 기억할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군함도는 못 봤다. 모가디슈는 류승완과 배우들을 모두 기억할 만한 영화일 듯하다. 심지어 스태프들의 노력과 땀조차 떠올릴 듯했다. 먹고 지내는데 별문제 없었다고 하지만 어쨌든 해외 촬영이었으니까.
아쉽게도 모가디슈는 여행금지구역이고 그곳에서 촬영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곳이 모로코 서부의 도시 에사우이라라 해도 상관없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일은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이나 안경 또한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노란색으로 쓰인 제목이 뜰 때 어떠한 강렬함이 전해졌다. 내게는 그 색이 때로 따뜻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외국으로 가기 위해 비자를 받거나 혹은 외국 여행 중에 한국 대사관을 찾아야 했던 사람이라면 그 분위기를 잘 알 것이다. 나는 프랑스로 가기 위해 주한 프랑스 대사관 영사과를 들락거린 일이 있고 파리에서도 한국 대사관을 찾은 일이 있었다. 그때마다 언제나 안이 궁금했다. 그곳에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궁금증을 가지고는 했다. 단골 가게의 사장 직원들을 생각해서는 안 됐다. 동네 은행에 가는 일과도 또 다른 일이었다. 사람들은 국가라는 소속감을 가지고 그것에 맞는 옷을 입을 때 그 분위기에 맞는 행동을 한다. 김윤석은 허준호와 그의 대사관 식구들을 도와주는 일을 꺼려 한다. 그전에는 서로 외교적인 문제로 마찰까지 빚은 터였다. 외국에 나가면 한국은 North와 South로 나뉜다. 프랑스에서는 Nord와 Sud였다. 아니, 대부분 남쪽에서 온 한국인으로 생각하고는 했다. 하지만 앞에 Sud를 붙여야 했을 때 난 프랑스인들 앞에서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우쭐하기도 했는데 그조차 이상한 것이었다. 그런 것마저 한국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둘로 나누어진 게 도움이 되는 것은 딱 그 순간이었다.
그래서 통일을 생각해야 하는지 모른다. 남북문제를 보다 진지하고 심각해야 고민해 봐야 할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현실을 더욱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과거의 일이었지만 말이다. 미래를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류승완 영화다 생각하고 보니 조금 심심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나는 류승완 영화의 톡 쏘는 느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게 정말 맛있는 탄산음료의 느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가 다소 밍밍해졌다 느꼈지만 작품적으로는 훨씬 좋았다. 아무튼 자동차 추격신은 정말 멋있었다. 그리고 조인성의 발차기 한방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조인성 구교환이 만든 라이벌 구도가 가장 흥미로웠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국 영화를 만드는 건 분명 모험이고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걸 매우 안정적으로 해낸 느낌이었다. 베를린도 분명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였다. 그의 해외 로케 혹은 첩보물 세 번째 작품을 기대하는 이유다.
모가디슈, 2021/ 류승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