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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Sep 07. 2022

나는 꿈꾸었지만 그는 꿈꾸지 않는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에 푹 빠져 있었을 때, 나는 그때 아몬드 나무를 머릿속에 그리고는 했다. 내 마음속에 그것이 자라나고 있다 생각했다. 내 인생이 그처럼 포근하고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상상하고는 했다. 그리고 오래전에 찍어둔 사진을 꺼내본다. 아파트로 이사를 오기 전, 재개발로 집이 헐리기 전 사진으로 남겨둔 우리 집 뒷마당의 작은 풍경이다. 파란 하늘과 둥글게 휘어지고 꺾이는 나뭇가지들을 보며 반 고흐가 그린 그림이라 착각했다. 죽은 사람들은 여전히 그림을 그리거나 영화를 찍는지 모른다. 인생이 소설이라면 이 이야기는 누군가가 지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모두 내가 예상한 이야기들은 아니었으니까.

그 파랗던 하늘에 콘크리트 빌딩이 우뚝 솟으며 땅에 그림자를 드리울 때 그때의 내 모습은 점점 어두워져만 간다. 나는 그때부터 웃음을 잃었던 건지 모른다. 물론 지금도 웃는다. 그래서 나는 가끔 내가 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밤의 거리가 더욱 아름답고 담배 냄새 술 냄새에 나는 살아있음을 직감한다. 어떤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보고, 나도 가끔 모든 것을 다 때려부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질 않는다. 자영업자에 손실을 안기는 일과 공공시설물을 파괴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개개인과 집단의 사람들과 부딪혀 싸우고 싶다. 그러나 폭력은 금지되어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끝내 자해를 하고 말 것이다.

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스스로 잘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단지 그의 예술가적 기질에 놀랐을 뿐이다. 그러나 예술이 미쳐야 하는 것이고 광기에 사로잡혀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알아서 미치고 광기에 사로잡힐 테니 그건 벌써부터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 고갱이 떠날 것을 두려워했던 걸까. 아님 그냥 미쳐서 그랬던 것일까.

점점 좁아지는 길을 달리다 한 명씩 두 명씩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봤을 때, 그리고 점점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끝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곳은 터널 안이 아니다. 그건 어떠한 시각적 현상이 아니었다. 빈지노가 말한 삶은 오렌지색의 터널이란 그저 노래 가사일 뿐이었다.

꿈을 향해 달리는 것은 누구를 먼저 포기하게 하느냐의 싸움일지 몰랐다. 그 싸움에 휘말려서는 안 됐다. 지금의 내게 나는 그렇게 말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도 죽고 이래도 죽으니 말이다. 나는 미친 척 있다 사라지기로 결심했던 건지 모른다.

푸른 하늘에 별들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낮에 그런 꿈을 꾸고 싶은 이유 때문이었다. 눈을 감고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그들은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찍는지 모른다. 내 삶이 소설 속 이야기라면 나는 여전히 소설가일 것이다. 꿈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운명을 저버리지 못한, 그저 미련하고 한심한 인간일 뿐인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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