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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Sep 11. 2022

Queen Elizabeth II Death


나는 그 국기가 펄럭이는 것을 보며 아름답다 생각했다.


영국이라는 국가의 지위는 어느 정도 높이에 있는 것일까 묻는다. 나는 여전히 그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고 대답한다. 그들의 왕이 죽은 것은 전세계의 사람들이 주목하는 일이다. 아프리카 어느 부족장의 죽음은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않는다. 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즐겨 보며, 그리고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스코틀랜드가 종주국인 스포츠 골프를 즐긴다. 영어는 모두가 알다시피 영국인들 고유의 언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그들 언어는 여러 민족 나라들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언젠가부터 나는 무언가의 뒤를 쫓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문 씨 가문에 속해 있다고 해서 내게 오직 문 씨만의 피가 흐르는 것은 아니듯 말이다. 유럽은 어떻게 그렇게 강해질 수 있었을까. 나는 언제나 유럽 대륙을 꿈꿔왔고 꿈꾼다. 나는 왜 떡보다 버터 발린 빵을 좋아하냐는 물음을 던져야 할지 모른다. 나는 답을 찾아야 할 뿐이었다.


그저 학교를 다니며 문제 푸는 법을 배웠던 건지 모른다. 성적에 쫓겨 스스로 갈망하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우등생이 되느냐 반에서 꼴찌를 하는 아이가 되느냐로 우리 삶은 크게 바뀔 것이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와서 말할 수 있다. 2022년 9월 8일 세상을 뜬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 이름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답할 수 있다. 누군가가 내게 그런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정답을 말할 것이다. 그러나 시험지에는 왜 그런 질문이 등장하지 않았던 걸까. 엘리자베스 2세 남편의 얼굴을 묘사하시오, 또는 엘리자베스 2세가 남편과 사랑했는지 했다면 그 깊이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말하시오 따위의 질문은 왜 던져지지 않은 것일까. 모두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음에도 늘 쓸데없는 질문을 하고 그것에 답해야만 했다. 학교 교육은 분명한 사실들을 배우게 하지만, 그러나 이곳에는 분명하지 않은 사실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저 미스터리의 세계로 나를 끌어들인 것은 아닐까. 그런데 왜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은 교육하지 않았던 건가. 


영국을 알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시대에서는 어느 정도 그렇다. 그들이 어떻게 국력을 키워왔는지 그 과정을 알아도 성공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세계 최고의 리그로 인정받는 것일까. 나는 고등학생 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본 것이 계기가 되어 잉글랜드 축구 문화에 빠져들었다. 2002년 제주공항에서 BBC 기자를 마주치기 전까지 난 영국인을 실제로 본 기억조차 없었다. 그가 왜 내 앞에 나타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데이비드 베컴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왜 눈앞에 나타나 나를 사로잡은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어느덧 나는 그 미스터리한 세계에 들어서려 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는 때라고 생각했다. 나는 사회에 발을 들여놓았다 빼지도 못한 채 그렇게 어정쩡한 상태로 있다 문득 꿈을 꾸었다. 원래 계획은 영국 유학이었다 프랑스 유학으로 바뀌었지만 문득 먼 여행을 꿈꾸게 됐다. 비행기를 타는 목적까지 분명히 해둬야만 했다. 나는 여행이 아니라 유학이라 말하고 떠났다. 돌아올 때는 스파이가 되어 온 기분이었지만 말이다. 그곳에서의 추억들에 몇 년 동안 몸살을 앓았다. 아직 낫지 않았다. 비록 영국은 아니었지만 나는 파리에서 다이애나 스펜서가 사망한 장소에도 가보았다. 한때의 왕세자비가 검은 그늘이 드리운 지하차도에서 목숨을 잃었구나 그런 기구한 운명의 흔적을 두 눈으로 목격하기도 했다. 그 흔한 죽음마저 기억되는 삶이란 도대체 어떤 모습이었기에 죽는 순간까지 그렇게 카메라 세례를 받아야 했던 걸까. 심지어 그곳은 하나의 관광지처럼 파리를 여행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찾는 장소가 돼 있었다.


그러나 영국은 내게 마지막 남은 몇 안 되는 희망과도 같은 국가다. 왕이 있고 그의 죽음에 모두가 슬퍼하는 문화는 여전히 내가 갈구하는 것일지 모른다. 나는 서양인들이 만든 옷을 입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꽃피운 문화가 없으면 나는 이 사회에서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니언잭을 벽에 걸고, 프랑스의 국기를 투명하게 자신의 얼굴 위로 비추는 모습까지. 우리는 그들 문화가 없으면 지금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진실은 그런 것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나는 그래서 진실한 감정이다. 나는 가던 길을 멈췄고, 놀랐으며 마치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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