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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Sep 15. 2022

아드리앙이 내게


아드리앙은 말했다. 


"나는 키르를 좋아해. 훌륭한 칵테일이야. 달콤하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마셔봐."


나는 그날 후로 바에서 키르만 마셨다.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망설이는 시간이 나는 싫었고, 마침 그것을 맛보자 내 혀는 반응했다. 키르는 아드리앙이 전한 한 잔의 술이었다. 화이트 와인에 카시스 크림을 섞어 만든 것이었다. 프랑스 디종에서 시장직을 지낸 캐농 패릭스 키르가 고안한 칵테일이라 전해진다. 나는 한 잔의 그와 그를 느꼈다.


술이 왜 달콤한가. 그는 단맛이 강한 술을 좋아하는 것일까. 바에 올 때마다 키르를 시키는 나를 보며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도 의아했다. 달콤한 술에 취해 흔들리며 벽을 향해 기울어져가는 내 모습을 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왜 취해가는 것인가.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타듯, 화이트 와인에는 키르를. 나는 귀로에서 희미하게 번쩍이는 불을 본다.


거리에는 때로 수많은 가수들이 있고, 나는 마치 그들이 된 듯 조용한 목소리로 흥얼거린다. 어느 R&B 가수의 노래를 하다 다른 사람이 들릴 정도로 고음이 새어 나간다. 내 목청을 조절하지 못한 나는 끝내..


나는 커피와 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파리에서 나는 그 분위기 속에 있고 싶었다. 그러나 점점 좋은 커피와 좋은 술을 구분하려 노력하게 된 것인지 모른다. 그들은 문화로 빈 일상들을 채워나갔다. 파리는 공백이 없을 만큼 낭만으로 빽빽이 채워진 도시였다.


나는 왜 허무함을 느꼈는가 그 거리에서. 나쁜 중독의 부작용이었는가, 아니면 좋은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어야 한다는 기분 좋은 무게감 때문이었나. 그것이 나를 바위처럼 깔고 누를 것도 모르고. 그 위에 서게 될 것만 알고 하늘을 나는 꿈만 꾼 듯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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