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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Sep 20. 2022

'렛 미 인'


남자 학교가 편하다 생각했던 이유는 여자들의 눈을 피할 수 있어서였기 때문이다. 혹여 남자 같지 않은 내 모습에 그 눈들이 실망감에 젖을까 봐 그랬던 것이다. 아무도 날 좋아해 주지 않을까 봐. 그런 모습에도, 또는 지나치게 남자 같은 모습마저도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그녀와 함께이기를 원할 것이다. 오스칼은 소심하고 내성적인 남자 아이다. 그런 그에게 강한 아이가 나타났을 때 그는 사랑을 느꼈다. 이엘리는 오스칼에게 묻는다. 내가 여자가 아니어도 괜찮냐고.




눈 내리는 북유럽의 어느 동네. 이 영화는 스웨덴인 감독이 스웨덴인 소설가가 만든 작품을 스웨덴을 배경으로, 또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린 영화였다. 그 하얀 배경에 피가 흐르고, 어떤 여자는 불길에 휩싸이기도 하며 시각적 충격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여전히 조용하다. 그곳은 여전히 한적하기만 한 것 같다. 그럴수록 둘의 사랑은 깊어지고, 어떠한 관점에서는 치열해져만 가는 느낌이었다. 학교에서 친구들은 오스카를 끊임없이 괴롭히며 이엘리는 점점 그에게 용기를 심어준다. 그에게도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과정이 아름다운 영화였다. 그 끝이 잔혹한 살인극이었음에도 나는 그 영화를 그렇게 보았다. 영화가 누군가가 연출하는 것이라면 그러나 그 이야기는 너무도 흔한 사랑과 성장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뱀파이어라는 설정이었고, 그래서 그건 새로웠다. 적어도 나는 그러한 이야기를 접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북유럽의 영화도 경험해 보고 싶었다. 핀란드의 아키 카우리스마키와 함께, 이 스웨덴인 감독의 영화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춥지만 살기 좋은 나라, 훌륭한 복지국가에도 저러한 감정들이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마치 여행을 하듯 새로운 상상을 하는 것만 같았다.



'12살 소년, 영원한 사랑을 만나다'


누구에게나 사랑을 만난 경험이 있고 또 헤어진 경험이 있지 않을까. 그 대상이 뱀파이어였어도 말이다. 그 사랑이 진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생각되어도 말이다. 인간은 어쩌면 흔적을 남기고 싶어 그러는 건지도 모른다.


 Lat Den Ratte Komma In, 2008/ Tomas Alfred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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