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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Sep 25. 2022

북역으로


떠밀려온 북역에는 흔들리는 사람과
분주해진 발걸음들로


파리 북역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파리에 있는 모든 기차 역이 그렇다. 그 사람 많은 곳에서 어깨 부딪히지 않을 곳은 찾기 힘들지 모른다. 정재형의 'Running'을 듣고 곧장 북역으로 갔다. Gare du Nord. 그곳에는 영국으로 가는 기차가 있었지만, 문득 떠나려는 마음이 일었음에도 발걸음을 돌리고야 만다. 그래도 어느 날 무작정 프라하로 떠났으니 바보는 아니었다. 나는 늘 바보인 것만 같았다.

유학을 가면 그곳에서 한국인들은 만나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러나 마치 홀로인 것처럼 혼자 파리 거리들을 떠돌았다. 사람들이 많은 식당을 보면 들어가고 싶지만 함께할 누군가가, 주머니에 돈은 모자랐고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구하다 보니 한식당으로 가야 했던 운명은. 

채 몇 달도 있지 못해 나와 한인마트에 취업했고 그곳에서는 꽤 오래 일했다.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던 매니저의 말을 듣기까지. 그때 난 한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했다. 일년 반, 그리고 일년 정도 한국에 있다 다시 일년 반 3년을 파리에 머물렀다. 이젠 떠날 때라 생각했던 마음과 한국으로 가지 않으면 죽을 것 같던 심정은 그러나 모스크바 공항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보며 겁을 먹고야 만다.


'좆됐다.'


도로 한국행은 현실임을 느끼며, 다시 파리를 그리워할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 사이 대한민국과 러시아 간에 무비자 협정이 체결되어, 나는 모스크바에서 그렇게 많은 한국인들을 보게 될 줄 몰랐던 것이다.

사람들에겐 돌아갈 곳이 있을까. 다시 가고 싶은 곳을 말하라면 모두 어디를 이야기할까. 돌아올 곳은 조국뿐임에도, 이곳에서 난 파리로 다시 가고 싶다 말할 것이다. 

그곳을 여행하고 유학한 사람들은, 일한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추억이 있었고 그곳에 있던 나날들을 잊지 못했다. 자신의 경험들을 서로 나누고 싶은 마음은 없음에도 함께 했던 기억들은 앨범 속 사진처럼 펼쳐보고 싶다.

모두 좋은 기억만 있었기를. 울고 있는 모습은 앨범 속에 보관하기 힘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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