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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Oct 03. 2022

A message from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예수의 그 말은, 마치 충전기를 연결하세요라는 핸드폰의 한 문장과도 같이 내 두 눈을 이끈다. 눈은 발이며, 그래서 인간은 걸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예수도 갤럭시 핸드폰도 아님에도 사람들 눈을 이끌려 그렇게 문장 하나를 완성해낸다. 누가 입력시킨 언어인지도 모른 채, 그렇게 나는 작동하며 말하는가. 그것이 설교는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내 모습을 사진 찍어 보아도 알 수 없고, 내 눈동자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조명 불빛에 따라 그 모습이 조금씩 달라질 뿐이다. 핸드폰을 아이폰으로 바꾸고 싶다는 말에 삼성은 섭섭해했을까. 그럴 기회가 있었다면 나를 다시 설득하려 했을까. 나는 LG로 시작했으니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나는 어디에도 복속되어 있지 않은 인간이었다. 나는 고백한다. 가장 사랑한 핸드폰은 블랙베리였다고.


"전화왔어!" 


아내의 그 말에 나는 그것을 넘겨받아 손에 쥐었고, 귀를 갖다 대며 이야기한다.


"여보세요?"


나는 과연 결혼을 했던가.

안에서는 대답이 없다. 아내는 그런 내 모습을 멀뚱히 쳐다볼 뿐이다. 누군데? 몰라, 말을 안 하는데. 우리는 그런 말들을 주고받는다. 우리 눈은 서로에게 그런 언어들을 전달하고 있었다. 전화기 안의 사람은 여전히 대답이 없고, 혹시 그는 예수가 아닐까.


'나의 말은 너에게 들리지 않을 것이며, 나의 이야기는 너에게로 전해질 것이다'


내가 신과 같은 존재라면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렇기에 내게는 예수도 갤럭시 핸드폰도 그런 존재가 아니다. 그는 내 안에 있다. 나는 그를 누가 창조했는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묻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런 것뿐이다. 또 한 번 충전기를 연결하세요.


다시 잠을 자고 눈을 뜨면 새로운 세상이 내 앞에 와있을까.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위원장 국회의원 조경태입니다.'


세상이 내게 말한다. 얼른 일어나 이 세계를 움직이고 흔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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