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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Sep 29. 2022

아파트가 지어져 좋은 것은 고양이들 뿐일까?


개들도 더 따뜻하고 포근한 곳에 머물지 않는가. 그러나 수없이 버려져 결국 길바닥으로 돌아가고 마는, 그러나 더는 갈곳이 없어 다시 사람들의 손에 의해 길러지는 수많은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가. 아무튼 아파트에 살면 별 생각이 다 든다. 내겐 너무 많은 사연이 있었고, 또 수없는 사연들을 접하기 때문이다. 때론 너무 과격한 방식으로 전달되는 스토리 속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파트에서 사는 고양이들은 그들 삶에 만족할까. 누군가가 만들어준 보금자리와 하루를 거르지 않고 제공되는 식사. 때론 그것을 훔쳐 먹는 일에도 다툼이 있다는 것을 알 때가 있다.

어릴 때는 고양이가 싫었다. 인간 품에 안긴 어린 고양이 한 마리가 내 손 등을 할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택에 살 때는 고양이가 성가시기만 한 존재였다. 열려 있는 문을 통해 들어와 음식을 훔쳐먹으려 꼬리를 세운 모습에 나는 경악했다. 그땐 그 느낌을 표현할 만한 방법을 몰랐다. 이제 와 말할 수 있다. 그건 우리 공간을 침범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고.

아파트가 생기며 사람 사는 집의 문도 더 단단해지며 고양이들은 더 이상 인간 먹을 것을 넘보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 나는 먼저 다가갔다. 어느 날부턴가 나는 그랬다. 그때부터는 고양이가 내 눈에 예쁘게 보이기만 했고 사랑스러웠다. 등을 만져주면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고양이를 지배하는 방법이었다. 등을 장악하는 것은 고양이를 통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그들은 왜 아직도 사람 사는 곳을 떠나지 않고 기웃대는 것일까. 고양이에 대한 경계심이 아직 남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많다. 나는 가여운 존재다. 어쩌면 고양이가 하는 말은 그런 것일지 모른다.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를 미워하지 말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건 술을 마셔 개가 되는 인간조차 마찬가지다. 개들은 때로 사랑을 구걸하는 존재처럼 비치기도 한다.


고양이들의 아파트, 2022



아파트가 지어져 가장 좋은 것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점점 그것을 부정하기 시작한다. 세상사에 무관심하고 싶어 도망 왔는데 더 많은 관심을 호소하는 자들에 둘러싸인 듯한 기분이다. 그곳 한가운데에 내가 있다.

지금은, 요즘은 길바닥에 있을 때가 더 좋다. 물론 몸은 힘들지만 말이다. 길가를 느린 걸음으로 거니는 고양이들을 보며 인사한다. 

"마~! 어디 가노?"

왜 아무도 그런 식으로라도 나를 부르지 않는 건가.

혼자 있는 것이 좋다.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버스에 올라타는 사람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이상한 물체의 형상 같은 것을 나는 왜 눈 속에 담고 있는지 모르겠다. 좁은 골목길에서 나를 스쳐가는 그 사람은.

"무슨 생각하는데?"

나는 말을 잃어 글을 쓰는 것이다. 아니 말할 기회를 찾지 못해 그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본 기억조차 오래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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