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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Oct 06. 2022

펫시터 되기


어느 날 동네 주민 게시판을 보다 문득 든 생각이었다. 이곳에 공고를 하면 전화가 오지 않을까. 일거리를 주겠다는 말이 담긴 전화 한 통이, 다프트 펑크의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가 울려 나는 그것에 격렬히 반응하지 않을까. 

'강아지를 돌봅니다.' 

펫시터라는 직업에 대해 듣고는 했다. 그건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 친구가 자신의 친구로부터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일과 비슷한 것이었다. 어느 날엔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영국에 가면 아기들을 돌봐주고 돈을 벌 수 있다. 개도 학교에 보내겠네라는 말이 현실이 되어가는 지금. 그렇다. 이제 강아지들을 위한 유치원이 생겼고 그런 방법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 

부산대학교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그 길에 그것을 보고 전화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번쩍하고 나타난 빛이 잠잠해지고 다시 어두워질 때 든 생각은 바로 그것이었다. 인터넷에 올리면 되지 않는가.

여러 루트들을 통해 끝내 재능마켓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이미 잘 알려진 곳이었지만 나만 모른 듯했다. 지금까지 네 군데의 사이트를 이용해 봤는데 모두 장단점이 있다. 처음 발을 들인 곳에는, 그곳은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한 곳은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만이 펫시터로 일할 수 있도록 돼 있었고, 또 한 곳은 내가 사는 구로 지역이 한정돼 잘 알려지지 않으며 그리고 마지막 한 곳은. 숨은 고수들이 있다는 그곳은 경쟁이 꽤 치열하다. 중개 수수료도 다소 부담스럽다. 그러나 프리랜서의 특성상 가지치기가 가능하다는 점이 열매를 맺을 꿈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다. 그러나 그 열매는 곧 떨어지고 말 것이다. 혹은, 결국에는 누군가에게 따먹히고야 말 것이다. 상상의 쳇바퀴는 그렇게 한 바퀴를 돈다.



'프랑스 파리 3년 체류 경험으로 다져진 반려견 에티켓과 일상적 산책을 통해 기른 체력으로 당신의 강아지를 돌봅니다.' 

나를 표현한 한 문장은 그렇다. 파리에서 수많은 개들과 그들과 함께인 인간들을 보았으며, 내가 갔을 때는 더 이상 길바닥에 개똥이 넘쳐나는 도시 파리가 아니었다. 메트로 열차에 오른 큰 개를 보며 순간 놀라기도 했지만, 귀엽다고 손을 내미는 아줌마에 이빨을 보이며 달려드는 셰퍼드와 줄을 잡아당기는 주인 남자의 모습에 무슨 저런 난리가 있나 싶었어도. 그때 내가 느꼈던 것은 도시에 사람이 많아질수록 개들의 수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마레의 한 고양이 카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춰세우기 충분했고, 그렇게 나는 인간과 고양이, 개들이 서로에 의지하며 산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처음 걸려온 문의전화에 평소 보던 프로그램을 급히 다시 보는 내 모습에. 요즘 느끼는 것은 개들에게는 무엇보다 냄새 맡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노즈워킹이라는 단어까지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렇다면 사람은 눈의 감각이 가장 예민할까. 그러니 개들도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어야 할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전봇대에 쓰인 한 문장의 글을 읽으며..

유독 개들이 내 가방을 미스터리한 듯 냄새 맡고 뒤지려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빈 담뱃갑과 종이 부스러기들. 그래도 요즘은 동전을 60개씩 넣어 다니지는 않는다. 동전교환기와 같던 내 가방은 어느덧. 이제는 조금 더 가벼워졌고 그렇다고 먹을 것이 든 것이 아님에도 그들은 왜 내 가방에 아직도 호기심을 가질까. 사람 눈으로 봐도 정상은 아니기에 그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이제는 동전 쓰는 법도 알며, 거절의 의지도 보다 강해져 전단지는 더는 수집하지 않는다.

동물을 돌보는 일은 과연 힘든 일일까. 그러나 그 과정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도 다시 한번 느낀다. 몇 줄의 글을 쓰고 또 고치고, 사이트를 수시로 드나들며 확인하고 견적을 보내고 고객 문의에 성실하게 답변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아직 첫 번째 손님은 찾아오지 않았다. 펫시팅을 요청하는 사람도 펫시터이기를 자청하는 사람도 공통적으로 하는 생각은 강아지들이 외로워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걱정하고 힘들어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돈이 오고 가면서 더욱 어려워지고 복잡해지는 것은 세상이다. 더 많은 전선을 놓게 하고, 지금 세상은 보다 많은 전력량이 소모되고 데이터가 소요되는 세상이다. 부스러기가 되어 떨어져 나가는 공고물을 보며 든 생각이었다. 이 길도 많이 변했구나. 부산대 학생들의 옷차림도 많이 달라졌구나. 

어제 강형욱 훈련사의 유튜브 영상을 보며 배운 것은 특히 허딩그룹 강아지들이 달려가는 오토바이를 보며 짖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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