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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Nov 14. 2022

'Stoker'


내 딸에 대한 삼촌의 심경과도 같은 영화다. 혹은 내 삼촌에 대한 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빠는 죽고 없다.


18살 생일, 아빠가 죽고 삼촌이 찾아왔다. 이 영화를 소개하는 한 줄의 문장이다. 그러나 영화란 결국 보여지는 이미지들과 장면장면들에 감독의 꿈이 담겨있는지도 모른다. 혹은 배우들이 하고 싶었던 연기들, 영화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희망을 담아낸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을 그토록 어둡거나 차갑게 담아내는 이유는 그 갈망이 너무도 커져, 그건 결국 끝으로 와 더 이상은 스스로도 감당해낼 수 없는 것이 됐기에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결실은 단연 미아 바시코브스카라 할 수 있었다.



인디아의 주위로 펼쳐진 그 세계는 비록 냉담하고 점점 잔인해지지만, 그러나 이미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그것을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발버둥 치려 하지 않고 새장을 탈출하려는 새처럼 푸드득거리지도 않는다. 그녀는 그 세계에 속하는 쪽을 택한다. 꽃이 자신의 색깔을 선택할 수 없다는 대사처럼. 그녀는 결국 사냥꾼이 되는 것을 받아들이고야 만다.


이 영화에서 눈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조준경을 통해 그것이 확대되어 보이는 등 특별하게 드러나보이기도 한다. 눈이라는 기관의 특수성을 표현하기 위해 달걀, 그리고 연필도 동원된다. 영화는 눈을 통해 읽는 이야기다. 한국 감독이 미국에서 만든 영화이기도 했다. 반대로 그들이 우리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를 가늠해 본 영화였을지도 모른다. 영화가 결국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고, 그것이 국력의 한 부분이 되어 다른 나라들과 경쟁한다면 말이다. 프랑스 칸 영화제에 초청받거나 수상하는 영화들이 큰 조명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영국 감독 리들리 스콧이 제작한 영화이기도 했다. 주인공 삼촌 역을 맡은 배우 매튜 구드 역시 영국인이었다.



처음 이 영화가 제작에 들어갔을 때는 그런 소문이 돌았다. 콜린 퍼스가 삼촌 역을 맡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결국 꿈이 되어버린 이야기이다. 덕분에 미아 바시코브스카가 더 돋보였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에밀리 웰스라는 가수가 부른 'Becomes the color'가 더욱 선명하게 기억되고 말았다.


'전세계를 사로잡을 매혹적인 스릴러가 온다!'


영화를 소개하는 마지막 그 문장은 그러나 그만큼 흥행하거나 인기를 얻지는 못한 영화다. 그래도 내가 프랑스에 있을 때, 그곳에서 이 영화에 깊이 빠진 어느 프랑스인을 보았던 것만으로도 알 수 있듯 지구 곳곳에 숨어 있는 예민한 감각들을 일깨운 영화임에 분명했다. 내 생각에 그녀는 자신이 미아 바시코브스카와 같은 분위기를 가진 여자라 생각해 그러는 듯했고, 나는 마치 영화감독처럼 그 모습을 지켜보고는 했다. 삶이 영화와 같은 것이라면 나는 그 분위기에 젖기로 했다. 그 결과 그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밝고 신나고 명랑한 영화를 보아도 똑같다는 것을 알기에. 영화가 끝난 뒤에는 결국 허무해질 것은 안다면 당신은 어떤 영화를 선택하겠는가. 당신의 선택이 이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렇다면 나는 이러한 영화를 지지할 것이다. 물론 내가 이 영화를 만든다면 조금 고치고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스토커, 2013/ 박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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