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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Nov 18. 2022

해운대에서


부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대부분 다 그럴 것이다. 그들의 서랍 속 앨범에는 조선비치호텔을 뒤에 두고 찍은 사진들이 하나씩은 있을지 모른다. 그곳에 남은 나와 아이들의 모습은 그들을 그곳으로 부르는 듯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학교를 다닐 때 소풍으로 해운대를 가고는 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해운대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호텔 뒤로 높은 빌딩들이 자랐고, 반대편 달맞이고개 쪽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나무들은 그대로인듯한데 말이다. 

그 시절을 떠올린 것은 아니다. 그냥 조선비치호텔을 보면 그런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아침의 해운대 해변을 걸으니 그곳에서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몇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럴 용기마저 잃은 것이 아니라 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내 두 발이 그렇게 그곳으로 닿을 줄 몰랐다. 200번 버스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고, 어떤 학교 앞에 경찰들이 서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알았다. 오늘은 고등학교 3학년 생들이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해운대는 쓸쓸한 곳이다. 그곳에서의 걸음은 왜인지 늘 그렇다. 사람들로 붐비고 노랫소리도 들리고 밤이면 폭죽을 쏘아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말이다. 이곳에서 해방되고 싶어 떠났음에도 사람들을 보며 용기를 얻는다.



개구리는 못 봤고, 아주 오래전 큰 바다거북 한 마리가 돌섬에 다다른 것을 본 적은 있다. 그러자 한 아주머니는 쫓아가 거북 앞에서 손을 모으고 비비며 무언가를 비는 듯했다.



수족관은 무엇 때문인지 공상적이다. 바다에서 잡혀온 것들이 그 좁은 방 안을 가득채운 것을 보았을 때 그런 생각이 든다. 공상하면 미셸 공드리가 떠오르며. 궁지에 몰렸을 때 누군가는 '수면의 과학'과도 같은 상상을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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