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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Nov 22. 2022

배다빈의 삶


며칠 전 TV에서 '나 혼자 산다'를 봤다. 리모컨을 손에 쥘 일 있으면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이제는 그와 비슷한, 더 재밌기도 한 프로들이 생겼지만 내가 '무한도전' 이후 가장 즐겨 보는 프로그램 같다. 전현무가 좋다. 방송을 편하게 볼 수 있게 해주고, 웃기기도 하고 아는 것도 많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인데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날 본 것은 무지개 라이브 배다빈 편이었다. 따뜻한 아침 햇살과 함께 시작된 그녀의 하루. 그의 옆에는 '들레'가 있었고 그 강아지는 주위에 선 카메라들을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화사하고 예쁘게 꾸며진 안과는 달리 그녀가 사는 아파트 계단은 여기저기 칠이 벗겨져 낡은 모습이었다. 엘리베이터도 없다고 한다. 그녀는 키가 큰 여자였다. 오래된 아파트의 천장은 또 낮아 그 머리가 닿을 듯했다. 그녀의 하루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할 것만 같았다.

나와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사람 같았는데 자신은 모든 것을 계획하고 움직이는 계획형이라고 했다. 강아지와 산책을 나가고, 동네 빵집에서 밤식빵을 사고 커피를 사 집으로 돌아온다. 크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고 웃는 모습이 예뻤다. 시청 포인트는 단골 가게 사장님들과의 관계였다 할 만큼 즐거운 모습이었다. 그렇게 사 들고 온 빵과 커피를 마시는 곳은 아파트 옥상이었다. 저 멀리 한강이 보였고, 그곳에는 빨랫줄도 있어 빨래도 걸 수 있다. 단, 줄이 하나뿐이라 운이 좋아야 한다 말했다.

나도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에 가면 밝게 인사하고 짧은 대화 몇 마디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도 도전이었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내 앞의 그 사람들이 어떤 모습인지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 그렇게 하루 종일 바쁘다가도 소파에 앉아 자신이 자란 곳 뉴질랜드의 영상을 틀어 보기도 한다.

장을 봐 와 밥을 먹는다. 간장에 절여진 생새우와 계란 후라이 두 개, 김가루들. 그리고 몇 가지의 중요한 반찬들이 놓인다.

"조금 짜지 않아요?"

그 와중에 전현무는 새우장 덮밥의 염도를 걱정한다. 나도 순간 그런 생각이 들어 그런 말을 하고 싶었기에 그렇다. 좀 짜지 않을까. 그것에 대한 대답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거기다 맥주를 빨대를 꽂아 마신다. 베를린에서는 베를리너 바이세를 마실 때 그렇게 먹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마치 처음 보는 모습만 같았다. 나와는 다른 삶, 하지만 사람들은 나와 비슷하게 사는 것도 같다.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패널들은 저 자리가 가장 좋은 자리라고 말하며 흥분한다. 그런데 버스 맨 뒷좌석은 좀 덜컹거린다. 그리고 잠을 자기에 좀 위험하다.

방송이 끝나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똑같이 TV를 보고 똑같이 먹을 것을 준비하는데도 왜 내 하루는 다른 것만 같은지. 방송이니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그 삶을 보았기에 그런 것일지도 말이다. 누군가가 나를 보면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니까. 그의 하루는 참 평화로워만 보인다.

어쩌면 곧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2, 30대의 사람들은 모두 그럴 것만 같다. 다 혼자 산다. 그렇지만 혼자는 아니기를. 전현무는 계속 혼자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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