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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Nov 25. 2022

Identity


당신이 사는 물에 더러운 신발을 신고 들어온 자에 대해서. 그는 그것을 추적해 보려 발걸음을 떼어내었고, 자동차들이 정신없이 지나다니는 길 위에 멈춰 서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자신을 쫓는 경찰들의 눈을 피해 다시 그곳을 떠나야만 했다. 백화점의 뒤편으로 연결된 길들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었으며, 그 길들은 꼭 풀이할 수 없는 수학 문제들만 같았고,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 질문들에 대한 원망이 있었겠지만 겉으로 드러나보이지 않는다. 한 쌍의 경찰이 그를 목격한다. 사람들 사이를 서성이던 주황색 외투를 걸친 남자가 등을 보인 채, 곧 그 뒷모습만을 남긴 채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가 또 사람을 죽일까. 피가 흥건한 채로 눈동자를 드러내보인 시신들이 또 어디선가 발견될까. 본능적인 두려움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자들이 그가 있는 곳을 찾아내려 했고 그를 뒤쫓고 있었다.

그의 집 책상, 서랍에는 태그호이어 까레라 시계가 있었고 오래된 사진 몇 장이 굴러다녔다. 

"여자친구인가?"

박선우는 그것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들었고, 그러자 그의 후배 정민이 고개를 집어넣었다. 

"여자 형제는 없어요. 잊지 못한 첫 사랑 사진이던지."

사진을 유심히 보던 그는 말했고, 선우는 피식 웃는다. 

"나이 차가 많이 나 보이잖아요. 대학생 때 찍은 사진 같은데?"

그러면서도 선우는 집안 이곳 저곳으로 시선을 옮긴다. 서쪽으로 창문이 난 2층 집에서, 두 남자의 머리가 그곳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다시 사라진다. 곧 그의 시선은 서랍 구석에 쳐박혀 있다 꺼내어진 여권을 향해 집중된다.

그는 멜버른으로 떠난 적이 있고 2년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3년 뒤 다시 뉴질랜드를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고, 박선우의 눈동자는 더욱 가늘어진 채로 번진 그 글자들을 향한다. 그리고 1년이 지난 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그것이 그의 두 번째 귀국이자 마지막 돌아옴이었다. 

그 땅은 자신을 반겼을 테다. 익숙한 냄새들과 사람들의 모습, 돌아온 걸 환영해~라며 누군가가 귀에 대고 속삭인 듯 그 말이 들렸을지 모른다. 그것이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사무소를 찾은 자에 대한 시선 같았을지라도 말이다. 그들 얼굴은 원래 그렇지 않은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움직이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입을 열려는 사람들일 테니 말이다.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 증명사진 속 여자의 얼굴이라면 더욱이 말이다. 그러나 왜 그 한 명만을 믿고 또 따르기까지 한단 말인가.

"워킹홀리데이 간 거네."

"서로 가자."

그의 길고 길었던 휴일은 그렇게 끝난 것일지 몰랐다. 이제 일어나 움직일 때였던 것이다. 자신을 드러내 보여야 할 순간이 찾아왔던 것이다. 누가 그가 사는 물에 더러운 신발을 신고 들어온 것인가.


'본 아이덴티티'의 맷 데이먼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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