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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Nov 29. 2022

서귀포로


내가 꿈꾸는 집은 그토록 멀리에 있는 것일까. 요즘은 그런 고민을 한다. 또래의 사람들에 비하면 많이 늦었지만 현실적인 생각들에 둘러싸인다. 하지만 안개가 잔뜩 낀 듯 흐리기만 하다. 나의 아름다운 집은 그곳에 있지만. 살색과도 같은 색깔의 벽돌과 여느 집들과 다르지는 않은 네모난 문과 창문, 그러나 꼭 잡히지 않을 듯 아득하기만 하다.

처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조금은 외진 곳에 있는 집을 그리다, 누군가가 번쩍 손을 들며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그럴 거면 아예 제주도로 가자 말한다. 너무도 잦은 긴급회의와 그에 따른 논쟁. 결국 나는 그렇게 마음먹기로 한다. 그곳에서 2년 살아본 적이 있으니 나름 잘 적응할 것이다. 그곳에는 아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육지인으로서 나도 느껴본 적 있다. 섬에서는 못 살겠다는 그 마음을 말이다.

떠나는 일도 결코 쉽지 않지만 돌아오는 일도 힘든 것이라는 걸 안다. 그럼에도 왜 또 그런 왕복운동을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지쳐 축 늘어진 몸이 되고 그토록 무기력해질 것을 알면서도 도대체 왜 말이다. 또 누군가가 입을 열며 읊조리듯 말한다. 제자리에서 걷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나의 꿈은 제주도에서 사는 것이 됐다. 섬의 가운데에 한라산이 있는 곳. 낮은 오름 아래에 수평적인 세상을 강조한 형태의 집. 서부두수산시장에서 전갱이 몇 마리를 싼 값에 사 와 구워 먹고 숙성시켜 회로도 먹고. 난 각재기국을 맛있게 끓일 자신은 없다. 나는 아직 자식이 없다.

내 곁에는 아내도 사랑스러운 볼을 가진 아이도 없다. 땅에 박힌 전봇대처럼 쓸쓸하기만 하다. 그건 하나 하나 검은 선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수직으로 세워진 그 몸을 침대 위로 눕힌다. 잠에서 깨어도 달라져 있는 것은 없었고.

꿈은 꾼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알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꿈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게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안다. 나는 지금 현실적인 생각들에 둘러싸여 있다.

꿈은 나를 그곳으로 이끈다. 저 멀리 세워진 높은 탑을 보았기에 난 멀고도 먼 길을 떠난 것이었다. 나는 지금 이 길이 좋다.



애월읍 하가리,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이름이다. 그나마 신제주에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됐다. 아니, 이름이 예쁜 동네를 고르다 보니...

남쪽의 서귀포는 또 다른 이상이자 언제나 가기를 꿈꾸는 곳이다. 서귀포로. 오늘도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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