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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Dec 07. 2022

오펜하이머를 기다리며



영화는 카메라로 찍는 것이다. 누군가의 시선으로 하나의 이야기는 옮겨지고 실현된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감독 중에 한 명이다. 또한 그는 천재적인 감독으로 일컬어지며, 이를 테면 그는 영화계의 아인슈타인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사람들은 그에 대한 환상 또는 열망이 강하고, 때로는 그게 조금 헷갈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나는 그 대상이 크리스토퍼 놀란인지 아인슈타인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의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초반의 분위기나 연출 등을 보았을 때는 역시 놀란 같네라는 생각도 했다. 영화로서의 매력이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감독 자신만의 강렬한 색채를 잘 드러내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잘 몰랐지만 나는 그랬다. 그러다 주인공들은 우주로 향하고 영화는 점점 공상과학이 되기 시작했다. 어려운 용어들도 몇몇 등장하고 신비로운 영상들도 담겼기에 나는 점점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명한 감독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듯, 그의 연출은 곧 처음의 내 비판적인 생각들을 잠재우기에 이른다. 


어쩌면 그는 그런 것을 즐기는 감독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이 5차원의 세계로 진입하는 순간 나는 그 영화에 푹 빠졌고 깊이 흔들리고 말았다. 그런 생각 그런 아이디어는 어쩌면 정말 우주 깊숙한 곳에 있듯 도달하기 힘든 지점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편의 영화는 오로지 감독만의 것이 아니기에 그것만을 이야기할 수 없다. 그래서 난 결국, 난 그런 뛰어난 상상력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영화가 정말 내게 이상을 보여주었는가 되묻게 되었다. 난 인터스텔라보다 토마스 알프레드손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더 좋아하며, 그래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열두 번째 장편영화 '오펜하이머'를 더욱 크게 기대하게 된다.


오펜하이머의 촬영감독은 호이트 반 호이테마이고 그는 토마스 알프레드손이 감독한 '렛 미 인'을 통해 알려졌다. 또한 그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인터스텔라의 촬영감독을 맡은 인물이기도 하다. 오펜하이머는 사상 최초로 IMAX 흑백 아날로그로 촬영됐다 전해진다. 나는 무엇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촬영에 대한 의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뛰어넘고 싶은 건 그의 발상일지 몰라도 카메라를 사랑하고 오랫동안 만져온 사람으로서 난 그의 촬영 의지를 존경하는 마음이다. 나는 특수효과를 쓰지 않는 것이 무조건 바람직하다 생각하지는 않는다. 굳이 밭을 사서 직접 옥수수를 키워 옥수수밭을 만드는 일을, 그러고는 불태운 것을 그렇게 정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영화는 카메라가 없으면 실현될 수 없는 세계이기에, 필름 위로 자신의 생각들을 옮기려는 감독의 그 마음을 좋아하고 존경할 뿐이다. 단 한 장의 스틸컷, 그리고 유튜브에서 본 아주 제한된 예고 영상 한 편 만으로 나는 그가 인생 최고의 영화를 찍었기를 기대한다.


Oppenheimer, 2023


그리고 킬리언 머피는 최고의 배우다. 나는 그 얼굴과 분위기를 좋아하고 정말 팬이다. 그는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에 매우 자주 등장하는 배우이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촬영으로 보면 '테넷'도 훌륭했고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 연장선상에 있는 듯하면서도 역사에 실제 존재했던 인물을 내세우며 지난 어떤 영화보다 강렬한 분위기를 예고한다. 나는 2023년에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보다 더 매력적인 영화를 만날 수 있을까. 영화는 내게 설레이는 것이고 그래서 나를 더욱 간절하게 만드는 애인과도 같다. 나는 소설가다. 나는 우리 사이에 많은 다툼이 있고 있을 거라는 것을 알지만 애정을 표현하는 것마저 숨기고 싶지는 않다. 나는 영화를 사랑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소설을 쓰며 살고 싶은. 지금은 얼른 오펜하이머를 만나고 싶은 관객, 관람객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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